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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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거기 있었구나? 내 갈비뼈.일상 2012. 10. 20. 20:17
황금같은 금요일이지만 개의치않고 유도장엘 갔다. 하루라도 빠져버리면 그 느슨함이 언제 나를 잠식해 버릴지 몰라서. 하지만 피곤한 날에도 일단 도장에서 흰 도복으로 갈아입고 맨발로 매트리스를 밟고 서면 언제 그랬냐는듯 몸이 가벼워진다. 좀 힘들어도 그 생각 하나로 가는 거다. 어제도 정말 힘든 날이었다. 전날 3시간 밖에 잠을 못잤거든. 하지만 역시나 도장에 도착하니 가뿐해지더라. 열심히 운동을 하고, 땀은 비오듯 흐르고, 힘이라곤 땀 흘릴 힘밖에 남아있지 않을 즈음... 그곳에서 신호가 왔다. '나 여기 있어요', '나 좀 생각해 주세요.'라고... 낮은 업어치기 연습을 할 때 였는데 힘이 빠지다보니 한순간 방심했었나보다. 90키로짜리 거구를 들어올리다가 왼쪽 무릎이 왼쪽 갈비뼈를 살짝 눌렀는데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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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두메산골일상 2012. 9. 17. 16:39
2012.9.17 | 지도 크게 보기 © NHN Corp. 엇그제 벌초하러 갔다가 작은아빠가 여기가 위성지도로도 보인다고 해서 찾아봤더니, ㅎㄷㄷㄷ정말 보인다.이렇게 위성지도로 보니 크고 아름답구나. 내 조상님이 이렇게 잠들어 계신다.왼쪽 증조할머니묘만 왜 홀로 떨어져 계신지는 잘 모르겠다.물어볼껄...증조할아버지 아래쪽으로는 큰집인 우리 부모님이, 그 아래쪽으로는 작은아빠엄마들 자리라고... 아직 내 자리가 없는 게 다행이다.나는 화장해서 온 세상에 조금씩 뿌려졌으면 좋겠거든. 그나저나 새삼 참 신기하네.이 두메산골짝까지 인터넷으로 훤히 볼 수 있다니.예전엔 테레비 전파도 잘 안닿던 곳이었는데 말야.기술의 발전은 물리적인 경계도 허무는구나.두메산골과 첨단과학기술이 닿으니 충격이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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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가네일상 2012. 9. 7. 17:50
나이가 들수록 겁이 많아지는 것 같다. 예전엔 메뚜기도 튀겨먹고, 영화속에 귀신이 나오거나 잔인한 장면이 나와도 얼굴 한번 돌린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젠 문밖에 곱등이 한마리에도 온 몸의 털들이 쭈뼛쭈뼛 서고, 조금만 잔인한 장면이 나와도 사팔뜨기를 하거나, 눈에 초점을 풀어버리고 만다. 확실히 변했다. 어디선가 그러더라. 몇년이더라? 인간의 모든 세포가 모두 죽고, 새로운 세포로 교체되는 주기가 있어, 그 주기로 인간은 물리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된다고. 내 몸은 용감한 세포들은 다 죽고 겁쟁이 세포들만 태어났나보다. 요즘 그런 늙은 겁쟁이 세포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새로운 두려움이 하나 생으니, 바로 음식물 쓰레기통이다. 락엔락 음식물 쓰레기통인데 이놈이 성능 하난 죽이더라. 이사온 후로 두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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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rt English일상 2012. 8. 22. 18:19
내가 지금 근무하는 곳은 모 외국계 은행 건물의 한 층을 임대해서 쓰고 있다. 그러다보니 엘리베이터안에서 영어로 대화가 오갈 때가 많다. 외국인이 영어를 쓰는거야 아무런 느낌도 없고 관심도 없는데, 한국 사람이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한다거나, 간혹 한국 사람들임이 분명한데 서로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을 보고나면 기분이 착찹해지곤 한다.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뭐 다들 느껴본 경험이 있으리라. 엘리베이터를 내려서도 한참을 '왜 쟤네들은 영어를 저렇게 잘 할까?', '얼마나 노력했을까?', '얼마나 하면 저렇게 될까?'하는 생각이 쉬이 가시질 않는다. 아마 예전같으면 생각은 여기서 멈추고, 그네는 그네들 대로 살도록 내버려 뒀겠지. 그런데 언젠가 영어공부를 포기하고 일본어를 조금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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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Rainning Day일상 2012. 8. 12. 21:52
비가 내린다. 비에 내 오토바이가 젖는다. 기계장치보다 전자장치가 더 많아진 내 오토바이가 젖고있다. 운동가려던 사람은 비때문에 오늘을 포기해야 했으리라. 치킨을 건네주고간 아저씨는 맑았던 날 보다 한숨이 깊었고, 지금 이순간에도 뜨거운 치킨을 뒤에 업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달리고 있으리라. 비가 내려서 많은 동물이 조용해졌다. 대신 식물이 빛을 뿜는다. 가로등불을 가리던 식물이 가로등불을 등에 업고 빛을 뿜는다. 기다렸다는 듯이. 복수라도 하는 듯이. 웃고 있었다. 식물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상은 이렇듯, 공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