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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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을 뚫다일상 2012. 7. 25. 23:14
오늘 마지막으로 저기 보이는 거울 밑 유리선반을 달았다. 그 전에는 안방에 이케아 선반 다느라 벽에 구멍 여섯개를 뚫었고, 블라인드 다느라 두개를, 화장실 수납장 다느라 또 두개를, 저기 보이는 수건걸이 다느라 또 두개, 그 옆에 옷걸이 구멍에 또 하나... 이 집에 이사오고나서 구멍을 한 스무개는 뚫은 것 같다. 구멍 중독이다. 드릴로 구멍을 뚫으면 그 소리와 진동때문에 옆집에 폐끼칠까 가슴이 조마조마하면서도 한편으론 벽에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파온다. 오직 나만을 위한 구멍들이다. 내가 가고나면 저 구멍들이 있던 자리엔 드럽게 허연 실리콘들이 덕지덕지 발라져 있겠지. 여기저기 빨간 기리가 보이도록 엉성하게 허연 실리콘이 발라져 있거나 군데군데 덕지덕지 발라져있는 글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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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했다일상 2012. 7. 17. 14:26
밥을 했다. 과천 살았을 때 마지막으로 밥솥이 있었으니까 일년 이개월만에 내 손으로 지은 밥이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쌀씼는 손도 어색하고, 물 맞추는 것도 어색하다. 밥이 다 되서 뚜껑을 열어봤더니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게 왜 그리도 포근하던지. 그래, 이게 사람 사는 냄새지... 기분이 좋아서 부랴부랴 카메라로 찍었는데 모락모락 피어나던 김은 어딜갔나 보이질 않네. 서울역 살 때, 엄마가 밥은 어떻게 하고 다니느냐는 물음에 대충 햇반 먹고 다닌다고 했더니 "그래도 밥솥은 있어야지..."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그 뜻을 이제야 알것같구나. 밥솥은 밥만 짓는 기구가 아니었던거야... 따끈한 밥 한공기에 이제야 비로소 여기가 내 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밥도 잘 해먹으면서 사람 사는 냄새 좀 풍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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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중고장터링일상 2012. 7. 13. 17:19
서울역에 둥지를 튼지 1년만에 다시 이사다. 코딱지만한 원룸에서 남자 둘이 생활하다가 오랜만에 집다운 집으로 가게되니 어찌나 설레던지. (가슴아 설레지마라... 노친네들 부끄럽게 시리...) D-1. 이제 하루만 참으면 된다. 하악하악... 그나저나 내일 제발 비가 오지 않기를... 이태원에 이사갈 집이 정해진 뒤로 제일 먼저 알아본건 침대였다. 어찌어찌하다가 2층침대에 관심이 쏠려버렸네? (애들도 아니고 나나 친구나 왜 이런거에 신나 하는지 원...) 결국엔 몇일 중고장터에 매복했다가 괜찮은 놈으로 하나 물었다. [판매자 아주머니가 휴대폰으로 보내온 사진] 딸이 쓰고싶다고 해서 산건데 아무래도 집이 좁아서 팔게 되었다고. 산지 얼마 안되서 상태도 좋고, 괜찮으면 침대 커버도 있는데 껴주신다고. 이것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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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일상 2012. 1. 17. 10:25
오랜만에 싸이를 열고 옛날 사진들을 들춰보니, 난 참 많은 것들을 시도해보며 살았다는걸 새삼 깨달았다. 근데... 다 어디갔어 이거~ 어디갔어~. 뭔가에 빠져 있으면 다른 수많은 가능성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한동안(이라고 하기엔 좀 길지도) 술독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술독에 빠지니 얼빠지고, 몸도 나빠지고... 다음날 출근을 한다해도 아무 걱정 없이 새벽 세시까지 광장에서 인라인질을 하던 나를 잊었다. 인적이 드문 공터에서 웃장까고 땀흘리며 바닥에 수없이 처박히던 나를 잊었다. 무작정 자전거타고 끝도없이 내달리던 나를 잊었다. 하루해가 저물어도 할 것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문득 싸이를 보다가 각성한 아침. 오늘은 퇴근하면 자전거 타고 한강이나 내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