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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2012. 8. 22. 18:19

    내가 지금 근무하는 곳은 모 외국계 은행 건물의 한 층을 임대해서 쓰고 있다. 그러다보니 엘리베이터안에서 영어로 대화가 오갈 때가 많다. 외국인이 영어를 쓰는거야 아무런 느낌도 없고 관심도 없는데, 한국 사람이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한다거나, 간혹 한국 사람들임이 분명한데 서로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을 보고나면 기분이 착찹해지곤 한다.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뭐 다들 느껴본 경험이 있으리라. 엘리베이터를 내려서도 한참을 '왜 쟤네들은 영어를 저렇게 잘 할까?', '얼마나 노력했을까?', '얼마나 하면 저렇게 될까?'하는 생각이 쉬이 가시질 않는다. 아마 예전같으면 생각은 여기서 멈추고, 그네는 그네들 대로 살도록 내버려 뒀겠지. 그런데 언젠가 영어공부를 포기하고 일본어를 조금 공부해보고 나서는 여기에 한가지 생각이 더해졌다. '재네들은 얼마나 시원할까?' 하는.


    대화에 끼고 싶다는 갈망과 차근차근 하다보면 언젠가는 어느정도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 이것을 얻은게 일본어 공부의 최대 수확이 아닐까 싶다. 일본인과 일본어로 이야기하다보면 옆에 있는 사람이 정말 답답해 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내 실력도 아직 형편없는 데다가 대화도 실은 대부분 어려운 단어도 없고 간단한 문장들인데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언제부턴가 영어를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움트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움튼 생각이 드디어 오늘 오전에 조용히(이렇게 글까지 싸질르는걸 보면 그리 조용한 것만은 아닐듯~ㅎㅎ 난 언제나 시작이 요란한 편이다) 발화되기 시작했다. 시작이 반이라지. 무엇이든 관심이 생겨야 그와 관련된 사건이 발생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시작이 반인건 확실히 맞는 말인 것 같다.


    나는 영어 생초보다. 고등학교 1학년에서 멈춰버렸으니 어느정돈지 잴 수도 없다. 이젠 이런게 부끄럽지도 않다. 나이가 들다보니 부끄러움도 잊어버린지 오래다. 뭐, 평생 관심 끄고 사는게 부끄러운거지. 아아아~~~~~주 밑바닥부터 슬금슬금 기어 오르는 거다. 한걸음 한걸음 걸어서 산 꼭대기에 도달하듯이, 한장 한장 넘겨서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하듯이. 세상 모든건 그렇게 정복(꼭 정복만이 모든 것의 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되는 것이라고 믿으며 나는 오늘 난데없이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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