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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라? 거기 있었구나? 내 갈비뼈.
    일상 2012. 10. 20. 20:17

    황금같은 금요일이지만 개의치않고 유도장엘 갔다. 하루라도 빠져버리면 그 느슨함이 언제 나를 잠식해 버릴지 몰라서. 하지만 피곤한 날에도 일단 도장에서 흰 도복으로 갈아입고 맨발로 매트리스를 밟고 서면 언제 그랬냐는듯 몸이 가벼워진다. 좀 힘들어도 그 생각 하나로 가는 거다. 어제도 정말 힘든 날이었다. 전날 3시간 밖에 잠을 못잤거든. 하지만 역시나 도장에 도착하니 가뿐해지더라. 열심히 운동을 하고, 땀은 비오듯 흐르고, 힘이라곤 땀 흘릴 힘밖에 남아있지 않을 즈음... 그곳에서 신호가 왔다. '나 여기 있어요', '나 좀 생각해 주세요.'라고... 낮은 업어치기 연습을 할 때 였는데 힘이 빠지다보니 한순간 방심했었나보다. 90키로짜리 거구를 들어올리다가 왼쪽 무릎이 왼쪽 갈비뼈를 살짝 눌렀는데 그 순간, 내 갈비뼈가 울었다. 아~~~ 그 소리! 우두둑! 이었나? 지지직! 이었나? 암튼 아주 기분나쁜 울음소리였다. 순간 앞으로 고꾸라져 무심결에 존재를 확인했다. 눌러보니 아팠다. 어떻하나. 설마 부러진건 아니겠지? 금이 간거라면 어쩌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다시 시작한 유돈데... 너 하나때문에... 아픔을 호소하는 갈비뼈가 미웠다. 연습할게 아직 산더미였다. 다 잊어버린 누르기 연습도 해야하고, 아직 몸에 붙지 않은 기술들이 얼마나 많은데... 언제나 상실 뒤에 존재를 깨닫는 법이다.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고.


    오늘 오후 병원엘 갔다. 아래쪽 갈비뼈라 내장때문에 엑스레이는 찍어도 안나오고 4만원짜리 초음파를 찍어보란다. 임산부처럼 누워있는 내게 마이크같은걸로 갈비뼈를 문지르는데... 아니 왜이리 대충대충하십니까? 토요일 퇴근시간 무렵에 간게 실수인걸까? ㅠㅠ. 기계가지고 대충 배 문지르다가 캡쳐 몇방 날리는데 4만원이라니. 제대로 찍은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아픈 곳은 뼈가 아니고 근육이란다. 이상하다. 아픈 부위에 이렇게 뼈가 만져지는데. 뭐 흐릿한 흑백 초음파 화면 보면서 전문가가 그렇다니 그런 줄 알아야지. 히터같은걸로 물리치료만 잠깐 받고 병원을 나왔다.


    언제나 그렇듯 병원을 다녀오니 힘이 난다. 물론 치료때문에 힘이 나는건 아니다. 병원에 가면 항상 나보다 더한 사람들을 본다. 이번엔 목이 부러진 사람, 허리가 아파 죽을때까지 물리치료가 필요한 사람을 보았지. 자, 힘이 안나게 생겼는가? 난 당장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없을 뿐더러 조금만 조심하면 유도를 계속해도 상관 없는데. 사람이란 참 간사하지. 이래서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나봐. 이 세상을 혼자 살아간다면 분명 아파서 죽는 것보다 미쳐서 죽어버릴게다. 


    내 소중한 갈비뼈여.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계속 그곳을 지켜주기 바란다. 울지말고, 뚝! 그래도 주말이라 다행이다. 뭐 한 이틀 쉬다보면 나아지겠지. 이상 엄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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