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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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게 살기일상 2011. 2. 7. 15:44
어제는 잠을 잘 못 이뤘다. 딱히 불안할 것도 없는데 가슴 언저리가 답답해져왔다. 해는 매일 뜨고 지고, 모두가 아무렇지 않게 잠들고 깨어나는데 왜 나는 잠들지 못하고 씩씩거리고 있을까. 멍하니 누워서 지나온 날들을 생각했다. 회한이 밀려왔다. 그러지 말았어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모두에게 미안했다. 특히 내 자신에게 제일 미안했다. 이봐라, 꼬락서니하고는. 모두 버리자. 그 방법밖에는 없다. 버리고 버려서 더이상 버릴 게 없어질 때까지 버리자. 그리고 심플하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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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The Hangover, 2011)일상 2011. 1. 21. 01:40
실은 엇그제 술을 마신 날 가방을 잃어버렸다. 잃어버렸다는 것 자체를 생각할 때 마다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답답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가방에 뭐가 들었는지 떠올릴 때마다 먹먹함이 더해갔다. 일단 가방 자체가 친구한테 생일선물로 받은 가방이었고, 그 안에는 불과 얼마전 내가 내 자신에게 선물한 몰스킨과 라미 만년필, 프랑스제 가죽 필통도 들어있었다. 지갑은 말해 무엇하랴. 지갑 안에는...(울먹) 수많은 날중에 하룻밤의 실수가 불러온 결과가 이토록 참담하다. 너무 추운 어느 밤이었다. 그날 같이 술을 먹다가 내가 갑자기 핸드폰을 들고 가게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 가방은 그 자리에 둔 채로. 그게 사람들과의 마지막이었다. 나도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어렴풋이 기억하기론 한참을 통화하고 나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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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일상 2011. 1. 19. 17:13
요즘들어 한번을 그냥 지나가 주는 법이 없다. 해가 바뀌자마자 머에 씌이기라도 한 듯이 발작을 한다. 술만 마시면 전화통을 붙잡고 어딘가로 전화를 해댄다. 다음 날 휴대폰에 찍힌 목록을 보면 현기증이 난다. 도대체 그시간에 내가 그 사람들한테 무슨 소릴 지껄인건지 손발이 다 떨려온다. 한명은 상냥하게도 '계속 전화하니까 전화 꺼놓을께요. 죄송해요.' 라는 문자가 찍혀있다. 아, 이렇게 상냥한 사람한테 내가 무슨짓을 한 건가. 한 친구 한테는 울다가 노래를 불렀다 하고, 한 친구는 처 자느라 몰랐는데 왜그렇게 전화를 해댔냐며 뒤늦은 쌍욕을. 아, 나도 내가 왜 그러는지 나도 모르겠다. 이젠 거의 다 나았다고 생각했던 증상이 요즘들어 다시 폭발하고 있다. 연락할 사람이 별로 없는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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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나이트일상 2011. 1. 15. 14:53
눈을 떴을 때 푸식~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무슨 역이지? 두리번 두리번. 선바위역. 앗차!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후다닥 뛰어 겨우 지하철을 나올 수 있었다. 휴~. 졸다가 내릴 역을 지나처버렸다. 계단을 오르고 개찰구를 건너뛰고, 또 건너뛰어 반대편 승강장으로 건너갔다. 다음역은 경마공원. 어라? 뭔가 이상하다. 내가 어딜 가고 있었지? 이쪽으로는 갈 일이 없는데... 그래 나는 집에 가는 길이지. 그럼 이쪽이 아니잖아... 다시 계단을 오르고 개찰구를 건너뛰고, 또 건너뛰어 원위치. 그냥 가던길을 그대로 가면 됐던 거였다. 지금 시간은 오전 6시반. 나는 집에 가는 길이다. 금요일밤부터 친구랑 셋이서 밤새도록 달렸다. 곱창에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서 노래부름서 술을 마시고, 당구를 치고, 내기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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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nken neko's morning일상 2011. 1. 13. 09:57
친구는 좋고, 술은 취하고, 바지는 튿어지고... 그래도 출근은 해야하기에 내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친구 집에서 자고 일어나 급하게 찾아 입은 친구 바지가 조금 짧아서 자꾸만 발목쪽으로 시선이 가는 아침입니다. 어제의 여운이 남아 시선은 흐리멍텅합니다. 몽롱한 눈깔 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참 아름답군요. 어제와 다름없는 똑같은 모습이건만... 아, 아이는 그 나라의 미래란 말입니다. 나도 꼬마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나도 이 대한민국의 미래였던 시절이 있었단말입니다. 그런데 왜 나는 이러고 있을까요? 이건 누구의 책임입니까? (責任轉嫁) 눈 밖으로 보이는 세상과 나와의 거리가 참 멀게만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내가 취(取)한 모든 것들이 하찮고 부질없어 보이기만 하는, 취(醉)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어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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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개의달인일상 2011. 1. 6. 11:29
아! 오늘 아침에도 또 나와버렸어... 아악... 이거뭐야... 무서워... 그제 하나 사고... '한박스더' 당첨. 어제 하나 사고... '한박스더' 당첨. 오늘 하나 사고... '한박스더' 당첨. 벌써 세박스째야. 정말로 우리집을 헛개차로 가득 채워서 나를 밖으로 몰아내 얼어죽게할 우주인의 음모인걸까? 현재까지 '한박스더' 당첨확률 일백퍼센트. '한병더'만해도 기분 좋은데 '한박스더'라니... 이정도 되니까 기분이 좋은지 어떤지 감각이 마비되어버린다 그냥 꽝나올때까지 일층에 있는 마트의 헛개차를 모조리 사봐? 하지만... 매일 하나씩 황금알을 낳는다는 어느 거위의 배를 갈랐더니, 아무것도 없었고 그 뒤로도 황금알을 얻을 수 없었다는 어느 어리석은 농부의 이야기를 교훈삼아 내일까지 참기로 했다. 하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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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끝빨일상 2011. 1. 5. 17:18
아침에 출근하고나면 컴터 켜 놓고 나서 잠깐 내려와 담배를 피우는데, 이 때 주로 '광동 헛개차'를 사마신다. 맨날 술을 마시니 이렇게라도 해야 몸에 미안함을 덜 거 같아서... 어제 아침에도 어김없이 하나 사먹으려는데 헛개차 뒷면을 보니까, 비타500으로 유명했던 [한병더] 이벤트가 요란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거보더니 같이간 동료가 커피사려다가 헛개차로 변경. 먼저딴 친구가 외쳤다. "아싸봉! 한병더" 듣자마자 내심 부러워하면서 내껄 땄는데... 왼쪽이 친구꺼, 오른쪽이 내꺼. 헐... 대 to the 박. 요새 한참 하던 참이슬 뚜껑 이벤트에서도 수십병을 땄어도 신라면조차 안걸렸던 나. 여기서 만회하는건가요? 한병더도 아니고 한박스더라니...ㅎㄷㄷ 암튼 조넨 기뻤다. 그리고 오늘 아침, 오늘도 어김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