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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나는 중고장터링
    일상 2012. 7. 13. 17:19

    서울역에 둥지를 튼지 1년만에 다시 이사다.

    코딱지만한 원룸에서 남자 둘이 생활하다가 오랜만에 집다운 집으로 가게되니 어찌나 설레던지.

    (가슴아 설레지마라... 노친네들 부끄럽게 시리...)

    D-1.

    이제 하루만 참으면 된다. 하악하악...

    그나저나 내일 제발 비가 오지 않기를...

     

     

     

    이태원에 이사갈 집이 정해진 뒤로 제일 먼저 알아본건 침대였다.

    어찌어찌하다가 2층침대에 관심이 쏠려버렸네?

    (애들도 아니고 나나 친구나 왜 이런거에 신나 하는지 원...)

    결국엔 몇일 중고장터에 매복했다가 괜찮은 놈으로 하나 물었다.

     

     

    [판매자 아주머니가 휴대폰으로 보내온 사진]

     

    딸이 쓰고싶다고 해서 산건데 아무래도 집이 좁아서 팔게 되었다고.

    산지 얼마 안되서 상태도 좋고, 괜찮으면 침대 커버도 있는데 껴주신다고.

    이것저것 껴주시믄 저희야 당근 좋지유~ ㅎㅎㅎ

    근데 색상이 핑크라 미안해 하시는 아주머니~ㅋㅋㅋ

    괜찮아유~ 남자는 핑크예유~ ㅎㅎㅎ

     

     

     

    다음으로 구한건 전기밥솥이었다.

    서울역 사는 동안은 밥솥없이 햇반으로만 생활했었는데 그게 좀 그렇더라.

    집에서 밥을 먹으면 얼마나 먹겠냐며 햇반으로 때우자...하고 살았는데,

    이상하게 햇반은 있어도 안먹게 되더라.

    밥을 안먹으니 자연스레 술만 늘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밥솥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판매자가 장터에 올린 밥솥 사진]

     

    왠지 뚜껑을 열면 CD를 넣어야 할 것 같지만 이거 밥솥 맞다.

    왠지 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흘러나올 것 같지만 진짜 밥솥 맞다.

     

     

    [밥솥 맞지? ㅋㅋ]

     

    코끼리표로 유명하다는(친구가 그러네? 난 첨 들음) 좌지루시 밥솥이다.

    좌지...부시?...좌...지루...시?...암튼 회사 이름한번 요상하다.

    이름은 요상하지만 그래서 왠지 더 끌리고,

    그리고 저기 저 말이 필요없는 밥통 디자인좀 봐라.

    이걸 보고 첫눈에 누가 밥통으로 알겠냐고. ㅋㅋ

    그러한 매력... 음... 집에 놀러온 사람들이 이건 뭐냐며 꾹꾹 눌러보며 궁금해하는 매력? 아응~ 짜릿짜릿~ ㅎㅎㅎ

    더 생각 할 틈도 없이 '즉구'해버렸다.

    그래, 우린 밥맛보다는 간지를 선택했다.

    근데 외계인 같은게 밥도 잘한다면? ㅎㅎㅎ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했던 제습기를 조금전 아슬아슬하게 구했다.

    (5초만 늦게 연락했어도 딴 사람 물건이 될뻔 ㅎㄷㄷㄷㄷ)

    이사갈 집이 반지하라 이건 뭐 필수품목이지.

    근데 제습기 이놈... 예상외로 요즘 중고시장에서 엄청 활발하게 거래되더군.

    그래서 구하는데 애 좀 먹었다.

    장터에 내가 등록해둔 키워드로 매물이 올라오면 즉시 알려주는 뭐 [이런]것 까지 이용해가며 겨우 구했다.

     

     

    [네이버 쇼핑에 올라와있는 사진]

     

    예전에 과천살때도 벙커에 살아서 내가 제습기를 좀 안다.

    제습기 하면 위닉스라는 걸.

    아, 근데 그땐 하나 놓치고 있었던게 있는데 바로 제습기의 핵심인 제습능력이었다. (@_@ 봐보봐보봐보봐)

    (KS규격 제습능력 : 온도 섭씨 27도, 습도 60%에서 하루동안 빨아들이는 물의 양)

    그때 사용한건 6리터 짜리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방 크기에 비하면 좀 모자란 놈을 들였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엔 10리터짜리가 적당할 것 같아 엄청 찾아다녔는데 매번 매물 발견할때마다 한 발씩 늦네... 짜응!!!

    그러다 오늘 오전 위 매물이 따악!!!

    바로 연락이 닿아서 오늘 거래하기로 따악!!!

    게다가 자기 차로 직접 서울역까지 가져다 주기로 따악!!!

    깨끗한 상태, 후려친 가격, 게다가 무...무려... 제습능력 25L... 업소용이라능 ㅎㄷㄷㄷ.

    저놈을 틀어놓고 자면 아마도 우리는  몸 속 수분까지 저놈에게 빼앗겨서 바짝 말라 미라로 발견될 확률이 높다.

    암튼 사진을 보기만해도 온몸이 뽀송뽀송해지는 느낌이다.

     

     

     

    이리하여 이사하기 전 커다란건 몇개를 해치웠다.

    세건 모두 거래가 성사 되었지만 아직까지 실물로 본 놈은 한놈도 없다.

     

    침대는 이태원 집으로 내일 직접 용달차타고 날아올 것이고,

    좌지루시 밥솥은 대한통운의 어느 택배기사가 열심히 이리뛰구 저리뛰구 들구뛰고 내뛰고하며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을 테고,

    제습기는 오늘 CJ본사에 교육이 있다던 신뢰감 있는 목소리의 판매자가 교육가는 길에 우리에게 안겨줄 예졍이다.

     

    세상에 태어나 여러 사람을 거치는 중고 매물들이여 얼른 나에게 오라.

    나도 중고이니라... 중고는 중고끼리...

     

    나도 누군가가 좀 사갔으면... 제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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