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
구멍을 뚫다일상 2012. 7. 25. 23:14
오늘 마지막으로 저기 보이는 거울 밑 유리선반을 달았다. 그 전에는 안방에 이케아 선반 다느라 벽에 구멍 여섯개를 뚫었고, 블라인드 다느라 두개를, 화장실 수납장 다느라 또 두개를, 저기 보이는 수건걸이 다느라 또 두개, 그 옆에 옷걸이 구멍에 또 하나... 이 집에 이사오고나서 구멍을 한 스무개는 뚫은 것 같다. 구멍 중독이다. 드릴로 구멍을 뚫으면 그 소리와 진동때문에 옆집에 폐끼칠까 가슴이 조마조마하면서도 한편으론 벽에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파온다. 오직 나만을 위한 구멍들이다. 내가 가고나면 저 구멍들이 있던 자리엔 드럽게 허연 실리콘들이 덕지덕지 발라져 있겠지. 여기저기 빨간 기리가 보이도록 엉성하게 허연 실리콘이 발라져 있거나 군데군데 덕지덕지 발라져있는 글루건..
-
동물농장리뷰 2012. 7. 24. 08:31
동물농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조지 오웰(George Orwell) / 도정일역 출판 : 민음사 1998.08.05상세보기 당나귀 벤자민은 농장에서 나이가 가장 많고 성질도 제일 고약했다. 그는 좀체 입을 떼는 일이 없었지만 뗐다하면 시큼씁쓸한 논평을 내뱉기 일쑤였다. 이를테면 하느님이 파리를 쫓으라고 그에게 꼬리를 달아준 모양이지만 자기로선 차라리 파리도 없고 꼬리도 없었으면 좋겠어, 라는 식이었다. - 9 page 그녀가 스노볼에게 던진 첫번째 질문은 「반란 이후에도 설탕이 있을까요?」라는 것이었다. - 20 page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확실히 연애를 하면 다른 것을 못한다. 연애기가 끝나고 한동안 술만 푸다가 정신이 좀 차려지니 이젠 술도 마시면서 책을 읽는다. 오랜만에 꺼내든 책이니 비교적 ..
-
밥을 했다일상 2012. 7. 17. 14:26
밥을 했다. 과천 살았을 때 마지막으로 밥솥이 있었으니까 일년 이개월만에 내 손으로 지은 밥이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쌀씼는 손도 어색하고, 물 맞추는 것도 어색하다. 밥이 다 되서 뚜껑을 열어봤더니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게 왜 그리도 포근하던지. 그래, 이게 사람 사는 냄새지... 기분이 좋아서 부랴부랴 카메라로 찍었는데 모락모락 피어나던 김은 어딜갔나 보이질 않네. 서울역 살 때, 엄마가 밥은 어떻게 하고 다니느냐는 물음에 대충 햇반 먹고 다닌다고 했더니 "그래도 밥솥은 있어야지..."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그 뜻을 이제야 알것같구나. 밥솥은 밥만 짓는 기구가 아니었던거야... 따끈한 밥 한공기에 이제야 비로소 여기가 내 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밥도 잘 해먹으면서 사람 사는 냄새 좀 풍기며..
-
이사를 했다사진 2012. 7. 15. 22:13
짐 다 싸놨는데 이삿짐 차는 늦게 오고, 이전에 살던 집 주인이 보증금을 세시간정도 늦게 빼주는 바람에 얼른 처리하고 병원에 가봐야 하는 부동산아저씨, 새로 이사갈 집에 보증금을 빨리 넣어야 하는 전 세입자 크리스탈, 덩달아 똥줄타며 기다리는 나, 부동산에 발묶인 나때문에 혼자 짐나르고 있는 허리가 안좋은 친구... 여럿 고생하게 만들고, 이사갈 집 앞 가까이에 이삿짐차를 댔더니 옆에 사는 아줌마가 자기네 집 지붕 무너진다고 차빼라고 노발대발 하질 않나, 오기로했던 인터넷 기사는 오늘은 다른집 보느라 늦어서 못가고 내일 오후에 비가 그친다니 그치면 그때 오겠다고 하고... 에휴... 그래도 결국엔 무사히 이사가 마무리 되었다. 이 모든 악재는 이 한마디에 무마할 수 있으니... '장마철에 비가 안온게 어..
-
신나는 중고장터링일상 2012. 7. 13. 17:19
서울역에 둥지를 튼지 1년만에 다시 이사다. 코딱지만한 원룸에서 남자 둘이 생활하다가 오랜만에 집다운 집으로 가게되니 어찌나 설레던지. (가슴아 설레지마라... 노친네들 부끄럽게 시리...) D-1. 이제 하루만 참으면 된다. 하악하악... 그나저나 내일 제발 비가 오지 않기를... 이태원에 이사갈 집이 정해진 뒤로 제일 먼저 알아본건 침대였다. 어찌어찌하다가 2층침대에 관심이 쏠려버렸네? (애들도 아니고 나나 친구나 왜 이런거에 신나 하는지 원...) 결국엔 몇일 중고장터에 매복했다가 괜찮은 놈으로 하나 물었다. [판매자 아주머니가 휴대폰으로 보내온 사진] 딸이 쓰고싶다고 해서 산건데 아무래도 집이 좁아서 팔게 되었다고. 산지 얼마 안되서 상태도 좋고, 괜찮으면 침대 커버도 있는데 껴주신다고. 이것저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