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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밀밭의 파수꾼
    리뷰 2012. 9. 1. 07:15


    호밀밭의 파수꾼

    저자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9-0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물질적 가치만 내세우는 세상의 비인간성에 염증을 느끼며 반발하는...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스펜서 선생처럼 끔찍하게 나이를 먹은 사람들에겐 담요를 사는 일조차도 하나의 큰 활력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17 page

     

    지금 내 눈앞에는 일단 기어를 넣으면서 예수님께 좀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엄청난 사기꾼이 서 있는 것이다. - 30 page

     

    짐을 꾸리면서 잠시 우울해지기도 했다. 가방에 스케이트를 집어넣을 때였다. 그 스케이트는 엄마가 이틀 전에 보내준 것이었다. 그 사실이 내 기운을 쑥 빼놓았다. 스폴딩 운동용품점에 들어가서 점원에게 온갖 질문을 다 하면서 이 스케이트를 샀을 엄마의 모습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또 퇴학을 당하고 만 것이다. 이 사실이 날 아주 슬프게 만들었다. 엄마가 사준 스케이트가 비록 내가 원한 경주용 스케이트가 아니라 하키용 스케이트이기는 했지만. 누군가 내게 선물을 줄 때마다 결국에 가서는 이렇게 슬픈 결과를 만들고 마는 것이다. - 75 page

     

    여자들은 정말 그랬다. 여자들이 예쁜 짓을 할 때마다 아무리 볼품없고, 멍청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반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럴 때면 남자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게 되고 마는 것이다. 세상에 여자들이란. 그들은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여자들은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다. - 102 page

     

    오리들이 그곳에서 헤엄을 치고 있잖아요? 봄에 말이에요. 그럼 겨울이 되면 그 오리들은 어디로 가는지 혹시 알고 계세요? - 113 page

     

    「술 마실 시간 같은 건 없소. 댁은 대체 몇 살이나 먹었소? 왜 집에 가서 쉬지 않는 거요?」

    「피곤하지 않아서요.」 - 115 page

     

    내가 들어갔을 때 그가 연주하고 있던 노래의 제목이 무엇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그 곡이 무엇이든 간에 어니의 연주는 정말 역겨웠다. 과시하듯이 고음을 칠 때는 웨이브를 넣어서 치면서, 듣기 괴로울 만큼 잡다한 기교를 부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더 가관인 것은 어니의 연주가 끝났을 때 청중들의 반응이었다. 정말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사람들은 모두 미쳐 있었다. 정말 전혀 웃기지도 않는 영화를 보면서 하이에나처럼 낄낄거리는 바보들과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내가 만약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배우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저런 바보 같은 사람들이 나를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더 끔찍한 일일 것 같다. - 116 page

     

    어떤 녀석의 턱을 날려버리고 싶다면, 그 순간 그렇게 해야 한다. 그렇지만 난 그런 걸 별로 잘하지 못한다. 턱을 한 대 갈기는 것보다는 차라리 창문 밖으로 밀어버리거나, 그놈의 머리를 도끼로 잘라버리는 편이 훨씬 낫다. - 123 page

     

    그녀의 드레스를 받아 옷걸이에 걸어 옷장 속에 걸어놓았다. 그런 일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웃긴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옷을 옷걸이에 걸어놓을 때는 괜히 그녀가 서글프게 느껴졌다. 이 옷을 사러 가게에 들어갔을 때는 아무도 그녀가 창녀인 줄 몰랐을 것이다. 그 사실이 내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왜 그런지는 알 수가 없었다. - 131 page

     

    「알았다니까. 이제 그만 가서 자. 대체 어디에서 누구하고 있는 거야?」

    「같이 있는 사람 없어. 나하고 나 자신, 그리고 또 나뿐이지.」 - 201 page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나갈 때는 들어올 때보다 쉬웠다. 그건 아마 들킨다고 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아무래도 좋았다. 들키면 들키는 거였다. 어떻게 보면 날 붙잡아주기를 바라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 238 page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이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명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 248 page

     

    결국 무덤에는 나 혼자 남은 셈이었다. 왠지 이 상황이 기분 좋았다. 굉장히 아늑하고, 평화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 내가 무엇을 봤는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돌이 쌓여 있는 바로 아래, 벽의 유리 부분 밑에 빨간 크레용으로 <이런, 씹할>이라고 쓰여 있었던 것이다. - 267 page

     

    이 책을 어떻게 알게되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어딘가에서 스치듯 '굉장히 유명한' 책이라는 걸 본 것 같은데, 그 후로는 웬지 막연한 거대함에 눌려서 책읽기를 좀 주저했던 것 같다. 다행히 최근에 읽은 '삶을 바꾸는 책읽기'에 등장해서 한번 호기심이 일고 또, 비슷한 시기에 친구의 페북에 등장해서 비로소 책을 펼쳐들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막연히 상상하던 거대한 모습(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과 너무 달라서 놀랐다. 그냥 쪼잔하고, 괴팍한 한 청년이 등장하는 소박한 소설이었다. 그럼에도 널리 읽힌다는 건 주인공의 생각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리라.

     

    이야기 전개방식이 너무 좋았다. 정말 술술 읽힌다. 따지고보면 따분한 홀든 콜필드의 생각들을 글로 적은 것 뿐인데 말이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린다. 더 이상한 점은 1951년도로 꽤 오래전에 발표된 소설인데도 전혀 옛날 얘기 같지가 않다는 것이다. 마치 누군가의 어제 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시대가 변해도 사람의 마음은 크게 변하지 않는가보다.

     

    홀든 콜필드를 보면서 내내 '가아프'가 생각났다. 처음엔 홀든 콜필드란 이름 때문에 자연스레 가필드가 생각이 났고, 그게 '가필드가 본 세상' 가필드인줄 알았는데, 잘 생각해보니 가필드가 아니고 가아프더라. 이유야 어찌되었건 콜필드는 가아프를 닮았다. 세상을 혐오하던 모습이. 그런 세상으로부터 아이를 지켜내고 싶은 주인공의 모습이. 다시 '가아프가 본 세상'을 읽어 본다면 생각이 다를지 모르겠지만 암튼 이것도 그냥 막연히 들었던 생각이다.

     

    읽는 내내 홀든 콜필드의 외로움이 뼛 속 깊히 와 닿았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외로움도 즐길 수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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