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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뱅이의 역습
- 국내도서>사회과학
- 저자 : 마쓰모토 하지메(松本哉) / 김경원역
- 출판 : 이루 2009.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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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 안에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기만 해도 화를 내는 망령 든 노친네가 상징하듯이, 당치도 않은 '질서'는 빌어먹으라는 거다. 근거 없는 규제를 지킬 필요는 없다. 안 되니까 안 된다고 우기는 경찰의 수하가 될 건지,스스로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어나갈지, 확실하게 해두어야 한다. - 92p
대학이 깨끗해지면 사회가 더러워진다. - 117p 그림속에서.
제1장, '여차할 때 써봄직한 가난뱅이 생활 기술'을 읽을 땐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까먹는 얘긴가 했다. 다다미국(말그대로 일본집들의 방마다 깔린 그 다다미다)을 끓여먹어 봤는데 맛이 없었다느니... 뭐야 이거, 무서워! 1장을 보면서 이걸 계속 읽어야 하나 고민할 무렵 제2장, '거리를 휩쓰는 무적의 대작전'이 나왔다. 그러자 갑자기 책이 180도 돌변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이 글을 보고 이 책을 볼 마음이 생긴 사람들이 있다면, 1장은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넘어가길 바란다. 껍데기를 베껴야 진짜가 나오는 법이지.
얼마전 밥먹는데 티비에서 전자쓰레기에 관한 다큐가 나와서 잠깐 보았다. 으스러져 가루가 되어버린 브라운관 유리 쓰레기를 수거 해 갈 곳이 없어 방치만 해 두고 있는 어느 쓰레기 처리업체 사장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저게 저렇게나 많이 부숴졌으니 또 대기업은 저렇게나 많이 만들어 내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부숴야 사람들로 부터 새 돈을 끌어내니까. 사회 시스템이 이렇게 되어있으니 부자들은 더 돈을 벌고, 사람들은 돈을 쓸 수밖에 없다. 책은 이런 부자들의 틀에 맞춰진 사회 시스템을 전복시키고자 재활용가게를 차리면서 여러가지 투쟁을 통해 사회 시스템에 반항하는 그의 투쟁기를 그리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가슴속에 부자들에 대한 분노가 차오르면서도 그걸 해소시켜주는 온갖 잡다한 쓰레기같은 집회들을 보면서 어찌나 통쾌하던지. 크리스마스분쇄투쟁, 록폰기 힐스 찌게집회, 난로투쟁, 술투쟁, 바가지 씌우는 학생식당 분쇄투쟁, 역 안 화장실에서 휴지를 100엔에 팔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주장의 3인 집회. 아, 듣기만해도 유쾌하고 아름답다. 귀엽고 영특하다. 이 사람이야말로 가난뱅이 천재 예술가다. '투쟁'을 예술로 승화시키다니. 그는 지금도 행동하고 있다. 이해 할 수 없으면서도 존재하는 것들을 분쇄시켜버리기 위해.
기회가 되면 이것도 봐야겠다. 그의 다큐멘터리란다. 글로만 보던 걸 직접 눈으로 볼려니 환상이 깨질까 두렵기도 하고, 상상 그대로일까 설레기도 한다. 암튼 마쓰모토 하지메는 난 사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