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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버리는 법
    일상 2010. 6. 25. 13:50

    요 놈 가져갈사람 손!



    이사를 간다. 집나온 이후로 벌써 다섯번째 이사다. 집 나올땐 옷 몇벌에 이불하나 몸뚱아리가 전부였는데, 어느새 장농에 냉장고, 책상같은게 생겼고, 그것들이 말 그대로 이젠 짐이되어버려 이사 한번 가려면 겁부터 난다. 게다가 살게될 집의 채무관계는 어떤지, 주변 환경은 어떤지, 계약서 쓰는거에, 지금 사는집도 팔아야하고... 아, 까마득하다. 깊게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다. 이집 저집 둘러보다가 세번째 방문했던 집으로 결정했다. 어느정도 괜찮다 싶으면 거기서 결정해야한다. 맨날 집만 보러 다닐 순 없잖은가.(뭐 집보러 다니는게 초큼 재미있긴 하다) 그리고 뭐 다 사람 살았던 곳인데 뭐... 

    매번 이사할 때마다 어렸을 적 부모님을 따라 여기저기 이사다니던 날들이 생각난다. 어릴적 내가 느끼는 이사에 대한 단상은 거대한 전쟁과도 같았다. 꺼내도꺼내도 끝이없는 요술상자처럼 집안 구석구석에서 생겨나는 짐덩어리들. 그걸 옮기고, 또 풀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짐들의 10%나 제대로 썼을까하네.

    짐이 많아지니 그런 이사에대한 두려움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어쩌자고 이것들을 들여놨을까.' 그래도 아직 이사날까지는 한달정도 여유가 있어 차근차근 정리해가기로 했다. 챙길건 챙기고, 팔건 팔고, 버릴건 버리고... 아! '버릴건 버리고'... 어제 일단 눈에 보이는 몇몇 수납장을 정리하는데, 이 '버릴건 버리고'가 참 어렵더라. '이거 버리고나면 언젠가 필요 할 때 또 사게 될지도 몰라~', '이건 부피도 작잖아, 그냥 넣어둬~' 그렇게 하다보니 정리라는게 버리는건 찔끔이고, 그저 수납장에 있는 물건들을 박스에 때려박는 수준밖에 안된다. 이러면 또 새 집에 가서 그걸 꺼내놓게 될테고...

    아! 버리고 싶다. 버릴건 버리고 싶다. Windows 휴지통처럼 버렸다가 다시 복원 할 수 있는, 뭐 그런거 없어?! 혼란스럽다. 잘 살기위해서는 잘 사는것 만큼이나 잘 버리는 법도 중요한 법. 하지만 왜 사회는 나에게 제대로 버리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은 걸까. 무시무시한 뽐뿌질과 돈이 없어도 살 수 있는 달콤한 카드같은 도구로 사는 것만 부추기고 버리는 방법도 가르쳐 주지 않는 이 더러운 세상. 오늘은 내 꼭 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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