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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그토록 머뭇거려온 수많은 세월을 생각해보라. 신들은 당신에게 얼마나 많은 구원의 기회를 주어왔는가? 그런데도 당신은 그 기회를 흘려 버렸다. 그러나 이제 당신은 알아야만 한다. 당신 자신도 일부분인 우주의 본질을... 이제 한정된 시간이 왔으며, 만일 당신이 그 한정된 시간을 이용하여 밝음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시간은 지나가 버리고 당신도 흘러가 버려, 더이상 기회가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中에서...
술독에 빠져 재미나게 살다가
어느날 문득 돌아보니
나, 가진게 아무것도 없더라.
예쁜 사진을 안겨주던 카메라도
이쁜 웃음을 보여주던 여자친구도
같이 술마실 친구도 돈도...
다 어디로 간걸까.
무엇하나 나이에 맞게 돌아가는게 없었다.
'지금 나 뭐하고 사는거지?'
돈 벌어서 술사먹고
먹은 술이 다 소화되고 나면 남는건
1%정도 떨어진 지능과
병신 한마리.
이렇게 차츰 병신화가 진행되고 있었는데도
그동안 아무 대책없이 여기까지 잘도 왔다.
그러고보면 여지껏 짤리지않고
일하면서 벌어먹고 사는게 참 신기하기도 하다.
당장 뭐라도 해야했다.
뭔가를 태워야 동력이 생기고 힘차게 돌아가지.
6시 칼퇴가 가능한 직장과 남아도는 시간.
모이를주어야할신경써야할 여자친구도 없었고몸은 건강하고 아픈곳도 없었다.
뭔가 시작하기에 더이상의 조건은 필요없었다.
그래서 시작한게 일본어공부.
직장 근처 학원 두군데를 돌아보고
맘에 드는 곳에 16개월짜리로 등록했다.
헬스 등록하고 그간 꾸준히 다니고 있는거 보면
16개월도 무리가 없을것 같았다.
긴 시간이지만 내가 어떻게 산다해도 지나가는 시간이다.
학원을 좀 다니다보니 한달에 수업 10번이 좀 적은듯 하여
토요일, 일요일 각각 스터디 그룹에 또 가입.
이러다보니 갑작스럽게 만나는 사람들이 세배로 늘어났다.
많이 만날수록 기회도 더 많아지겠지.
이것저것 많이 할 수록 부족한 말수도 좀 늘어가겠고.
여러모로 나에게는 참 좋은 현상이다.
이제 겨우 한달 조금 넘어가지만
괜찮게 사는 것 같긴 한데 괜시리 맘 한구석에는 불안함이
두더지처럼 고개를 빼꼼거리며 내밀었다 숨었다하고 있는 것 같다.
열심히 살던 사람이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열심히 못살게 되면
라이프가 일반인의 세배 이상의 속도로 망가진다고 한다.모든게 어느 한순간 와르르 무너져내릴것만 같아서.
그래서 아주 열심히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냥 흐르는 시간에
발목까지만 찰랑거릴정도로 뛰어다닐라고.
그래, 딱 그정도가 좋다.
일본어가 컴컴한 내 삶을 밝게 해줄
새로운 기회가 될 지는 1년 반 정도 지나면 차츰 나타나겠지?
뭐, 어떤 방향으로든 말이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