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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앗
    일상 2013. 9. 27. 14:28

    결국엔 방울토마토가 열렸다. 한 오개월쯤 걸린듯하다. 다이소에서 산 코딱지보다 좀 더 작은 씨앗에서 싹이 나더니 줄기가 생기고 잎이 생기고 또 막 꽃이 피고 하더니 결국엔 방울토마토까지 열려버렸다. 그저 하찮은 풀 한 포기일 뿐인데 이 모든 변화를 곁에서 지켜보니 새삼 놀랍기만하다. 난 그저 흙 덮어주고 물만 조금 주었을 뿐인데 모든게 생겨났다. 빅뱅이론의 증거를 굳이 멀리서 찾을 일이 아니다. 혹시 세상 모든 것들이 방울토마토처럼 그 씨앗 안에 이미 모든게 간직되어져 있는 건 아닐까? 나의 모습 또한 정자와 난자의 결합시점부터 이미 모든게 정해져 있었던 건 아닐까? 가령 내 인생에서 아주 사소한 순간일 뿐인 지금 이순간, 치킨이 땡기는 것까지도 그 씨앗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언젠가는 정자와 난자의 DNA만으로 그 사람의 10대 20대 30대 얼굴을 프린터로 뽑을 수 있는 날이 올 것만 같다. 그때쯤이면 부모가 자식의 외모를 결정하게 되겠구나. 그럼 세상엔 모두 다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만 태어날텐데 그 때쯤 되면 오히려 추남, 추녀가 지금의 미남, 미녀 대접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방울토마토에서 참 멀리까지도 왔군. 씨앗이라... 혹시 세상만물도 어떤 하나의 씨앗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어쩌면 이 우주가 하나의 거대한 식물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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