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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얀오이
    일상 2013. 2. 4. 16:43

    눈이 아프다.

    멀쩡하던 눈이 갑자기 아프다.

    아파서 병원엘 갔더니 눈알에 뭔가 오이처럼생긴 허연게 붙어있단다.

    일단 떼자며 마취약 뿌리고 1초도 안되서 바늘을 눈알에 들이대니 놀래서 얼음하고는 물어봤다.

    마취 다 된거 맞습니까?

    네 됐습니다 하며 뒤에서 간호사가 내 머리를 우악스럽게 들이민다.

    날카로운 바늘이 눈앞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더니 다 떼어냈단다.

    떼어낸 자국을 사진으로 보여주더니 떼면서 상처가 났으니 경과봐서 계속 아프면 다시 오란다.

    그러고 하루가 지났다.

    더 아프고 더 부었다.

    눈물은 마르지않고 눈알은 따끔거려 머리끝까지 지끈거린다.

    작은 병원이라 내심 불안하여 라섹수술을 집도했던 강남 병원으로 택시타고 달려갔다.

    병원에 도착하니 역시나 안과는 강남인지 병원은 사람들로 미어터질지경이다.

    환자가 많아 30분정도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한다.

    퉁퉁부어 거의 떠지지 않는 내 왼쪽눈을 보더니 일단 마취약을 넣어준다.

    오... 구세주. 이게 프로포폴인가?

    눈은 여전히 떠지지 않았지만 고통이 싹~ 가시는게 이제야 좀 살만하다.

    내 차례가 되어 의사앞에 눈을 들이밀었더니 상처가 저절로 나을 상처가 아니라며 보호렌즈를 끼워주신다.

    가뜩이나 작은 눈인데다 팅팅 부어있으니 의사도 렌즈 끼우는데 고생 꽤나 하더라.

    급기야 렌즈 하나를 찢어먹더니 간호사에게 하는 말.

    이거 불량처리 되려나?

    돈도 잘벌텐데 꽤나 알뜰한 선생이시다.

    부인한테 사랑받겠어.

    보호렌즈를 끼우고 집에 돌아와 누으니 라섹수술후와 별반 차이가 없다.

    마취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니 두통이 몰려온다.


    왜 이런걸까?

    그 오이같이 생긴 하연 물체는 언제 어디서 내 눈알에 들어온걸까?

    처량하지만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세상엔 정체불명의 하얀오이같은 것이 얼마나 많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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