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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리향기
    리뷰 2012. 11. 29. 16:58


    체리향기 (1998)

    Taste of Cherry 
    10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출연
    호마윤 엘샤드, 아브돌라만 바게리, 압신 코르시드 바크티아리, 사파 알리 모라디, 미르 호세인 누리
    정보
    드라마 | 프랑스, 이란 | 95 분 | 1998-01-01
    글쓴이 평점  


    97년 깐느 영화제에서 이란 정부의 출국금지 조치로 출품되지 못하다가, 폐막 3일전, 이 영화의 상영 공고가 붙으면서 공식 경쟁작의 명단에도 없었고, 영화제 공식 책자에도 실리지 않은 영화가 출품되기도 했는데 결국 왕가위의 <해피 투게더>, 아톰 에고이앙의 <달콤한 내세>, 이안의 <얼음폭풍>을 제치고 황금 종려상을 수상하는 이변을 낳으면서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 네이버 작품해설中...


    영화 이야기를 쓸 때마다 망설이는 점이 있다.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가'하는.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그 순간부터 글을 읽은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누'를 끼치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도대체 주인공 아저씨가 뭘 찾길래 저리 차를 끌고 돌아다니는가?'하며 빠져 들었었는데, 이제 내가 입을 뻥끗하는 순간 이 글을 본 사람에게는 그런 건 기대할 수 없으니까. 가뜩이나 지루해 보이는 영환데 어쩌면 더 지루해 질지도 모르겠다. 근데 뭐 별 대수롭지도 않은 부분이라 괜히 고민하는건 아닌가 싶어. 소심한건가? 아니, 그래도 다들 이정도는 소심해져야 하는거 아니야?... 원채 배려가 없는 세상이니 원... 에라잇 모르겠다.


    난 고단한 내 인생을 끝마치기로 했어.

    왜냐구?

    자넨 이해할 수 없을 거야.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당신은 이해 못해.

    당신 이해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당신은 내가 느끼는걸 느낄 수 없기 때문이야.

    동정을 하거나 관심을 보일 수 있겠지만 내 고통을 느끼는 것?

    그건 불가능 해.


    자살을 꿈꾸는 한 남자가 있다. 이유는 끝내 알 수 없다. 자신의 자살을 도울 도우미를 구하는 걸 보면 이 남자도 나처럼 소심한 남자인 듯하다. 자살 방식은 단순하다. 어느 나무 아래의 구덩이에서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면 새벽에 도우미가 와서 제대로 자고 있는지 두번 그의 이름을 불러 깨워보고 깨지 않으면 흙으로 덮어주면 된다. 근무를 서기위해  먼 거리를 걸어오던 어린 군인에게 도움을 청해보지만 큰 대가에도 불구하고 겁에 질려 도망쳐 버리고만다. 신학을 공부하던 신학생 역시 하늘의 뜻에 반한다는 이유로 거절한다. 그리곤 결국 어느 노인을 만나 승낙을 얻게 된다. 하지만 약속받은 노인을 집에다 데려다주던 중, 노인의 이야기에 남자는 흔들리게 된다.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드리죠.

    내가 결혼한 직후였어요.

    온갖 어려움이 산적해 있었죠.

    난 너무 지쳐 끝장을 보기로 마음 먹었어요.

    어느날 아침 새벽동이 트기 전에 차에 밧줄을 실었어요.

    난 자살하기로 굳게 마음 먹었죠.

    난 미아네를 향해 출발했어요.

    그때가 1960년이었죠.

    난 뽕나무 농장에 도착했어요.

    그곳에 도착했을 때까지도 해가 뜨지 않았죠.

    난 나무에 밧줄을 던졌지만 걸리지가 않았어요.

    계속해서 던졌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그래서 난 나무 위로 올라가 밧줄을 단단히 동여 맸어요.

    그때 내 손에 뭔가 부드러운게 만져졌어요, 체리였죠.

    탐스럽게 익은 체리였어요.

    전 그걸 하나 먹었죠 과즙이 가득한 체리였어요.

    그리곤 두개, 세 개를 먹었어요.

    그때 산등성이에 태양이 떠올랐어요.

    정말 장엄한 광경이었죠.

    그리곤 갑자기 학교에 가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렸어요.

    그 애들은 가다 말고 서서 날 쳐다 보더니 나무를 흔들어 달라고 했어요.

    체리가 떨어지자 애들이 주워 먹었죠.

    전 행복감을 느꼈어요.

    그리곤 체리를 주워 집으로 향했어요.

    아내는 그때까지도 자고 있더군요.

    잠에서 깨어나 그녀도 체리를 먹었어요.

    아주 맛있게 먹더군요.

    난 자살을 하러 떠났지만 체리를 갖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체리 덕분에 생명을 구한 거죠.

    체리가 내 생명을 구했어요...


    길고 긴 노인의 이야기 끝에도 결국 주인공은 구덩이에 몸을 눕혔지만 글쎄... 어떻게 되었을까?


    가난하지만 사람들이 어찌나 한결같이 선하던지 보기만해도 흐뭇하더라. 멀고 먼 이란이란 나라의 이야기임에도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여지는것도 생각해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영화 내내 배경이라곤 메마른 흙더미들 사이를 누비는 장면들 뿐인데다가, 그나마도 차안에서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게 전부인 이 영화가, 정말 지루하기 짝이없을만도한데 이상하리만치 재미있다. 1998년이란 꽤 오래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세련된 느낌이 든다. 작은 나라의 범상치않은 감독. 찾아보니 이미 난 그의 영화를 한 편 본 적이 있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그럼 그렇지! 다음엔 같은 감독의 '사랑을 카피하다'란 영화를 봐야겠다. 오오! 주인공이 무려, 줄리엣 비노쉬라니!














    빠...빡구닷!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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