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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스마트폰을 구입하셨다. 갑자지 카톡에 등장하신 아버지. 메인 사진을 클릭해 카카오 스토리를 들어가봤더니 조카 민선이랑 찍은 사진이 있었고, 거기엔 둘째 작은 아빠의 댓글이 있었다. 둘째 작은 아빠의 카카오 스토리를 들어갔더니 제수씨의 발랄한 댓글과 사촌동생이 보이고 또 타고 들어갔더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그들의 삶을 옅보였다. 일단 다들 친구추가 완료. 순식간에 서로간의 거리가 좁혀드니 좀 당황스럽네. 다들 내 카카오스토리도 이미 보았거나 곧 보게 되리라. 집에는 얘기 안했던 것들이 태반인데. 얼마전 일본을 다녀 온 것, 유도를 시작한 것, 술을 자주 마시는 것, 회사 점심 식단이며 읽은 책들, 자전거 탄 코스들등등... 보면서 다들 무슨 생각을 할까?
우리는 모두 서로간의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그 거리는 어느정도 정해져 있으며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그 거리가 순식간에 요동치고있다. 좀 당황스럽지만 기술의 발전이 고맙기도 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정착된 가족과의 거리는 왜 그리 멀었던 걸까? 과연 이런 날이 올때까지 기다려야만 했을까? 난 왜 그동안 집에서 침묵했으며, 아무 이야기도 나누지 않았던 걸까? 이런 세상의 변화는 나쁘지 않다. 조금 소심해 보일지 몰라도 덕분에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