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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리뷰 2012. 10. 21. 21:13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저자
    밀란 쿤데라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9-12-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세기 최고의 작가 밀란 쿤데라의 대표작을 만나다! 민음사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사람이 무엇을 희구해야만 하는가를 안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사람은 한 번밖에 살지 못하고 전생과 현생을 비교할 수도 없으며 현생과 비교하여 후생을 바로잡을수도 없기 때문이다. - 17 page

    einmal ist keinmal. 한 번은 중요치 않다.한 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한 번만 산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 17 page

    그 당시 토마시는 은유란 위험한 어떤 것임을 몰랐다. 은유법으로 희롱을 하면 안 된다. 사랑은 단 하나의 은유에서도 생겨날 수 있다. - 20 page

    그와 테레자의 사랑은 분명 아름다웠지만 피곤하기도 했다. 항상 뭔가 숨기고, 감추고, 위장하고, 보완하고, 그녀에게 용기를 주고, 위로하고, 그녀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증명하고, 질투심과 고통과 꿈에서 비롯된 비난을 감수하고, 죄의식을 느끼고, 자신을 정당화하고, 용서를 구해야만 했다. 이제 피곤은 사라지고 아름다움만 남았다. - 7년만에 테레자와 처음 헤어진 토마시의 기분, 50 page

    물리 실험 시간에 중학생은 과학적 과정의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오직 한 번밖에 살지 못하므로 체험으로 가정을 확인해 볼 길이 없고, 따라서 자기 감정에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 56 page

    우리 모두는 사랑이란 뭔가 가벼운 것, 전혀 무게가 나가지 않는 무엇이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믿는다. 우리는 우리의 사랑이 반드시 이런 것이어야만 한다고 상상한다. 또한 사랑이 없으면 우리의 삶도 더이상 삶이 아닐 거라고 믿는다. - 57~58 page

    필연과는 달리 우연에는 주술적인 힘이 있다. 하나의 사랑이 잊히지 않는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성 프란체스코의 어깨에 새들이 모여 앉듯 첫 순간부터 여러 우연이 합해져야만 한다. - 81 page

    "당신이 늙기를 바라. 지금보다 열 살 더, 스무 살 더!"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은 "당신이 나약하길 바라. 당신도 나처럼 나약하길 바라." 였다. - 122 page

    젊은 시절 삶의 악보는 첫 소절에 불과해서 사람들은 그것을 함께 작곡하고 모티프를 교환할 수도 있지만 보다 원숙한 나이에 만난 사람들의 악보는 어느 정도 완성되어서 하나하나의 단어나 물건은 각자의 악보에서 다른 어떤 것을 의미하기 마련이다. - 143 page

    한 인생의 드라마는 항상 무거움의 은유로 표현될 수 있다. 사람들은 우리 어깨에 짐이 얹혔다고 말한다. 이 짐을 지고 견디거나, 또는 견디지 못하고 이것과 더불어 싸우다가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 그런데 사비나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무 일도 없었다. 그녀는 한 남자로부터 떠나고 싶었기 때문에 떠났다. 그 후 그 남자가 그녀를 따라왔던가? 그가 복수를 꽤했던가? 아니다. 그녀의 드라마는 무거움의 드라마가 아니라 가벼움의 드라마였다. 그녀를 짓눌렀던 것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 191 page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항상 베일에 가린 법이다. 결혼을 원하는 처녀는 자기도 전혀 모르는 것을 갈망하는 것이다. 명예를 추구하는 청년은 명예가 무엇인지 결코 모른다. 우리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항상 철저한 미지의 그 무엇이다. - 192 page

    카레닌은 잠에서 깰 때 순수한 행복을 느꼈다. 그는 천진난만하게도 자신이 아직도 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진심으로 이를 즐거워했다. 반면에 테레자는 밤을 연장하고 싶고 다시 눈을 뜨고 싶지 않은 욕망 때문에 마지못해 잠에서 깨어났다. - 카레닌은 토마시와 테레자가 키우는 개다, - 202 page

    물은 수 세기동안 흘렀고, 인간의 역사는 강변에서 이루어졌다. 역사는 다음날 잊혔고, 강물은 그 흐름을 멈추지 않았다. - 268 page

    '자아'의 유일성은 다름 아닌 인간 존재가 상상하지 못하는 부분에 숨어 있다. 인간은 모든 존재에 있어서 동일한 것, 자신에게 공통적인 것만 상상할 수 있을 따름이다. 개별적 '자아'란 보편적인 것으로부터 구별되고 따라서 미리 짐작도 계산도 할 수 없으며 그래서 무엇보다도 먼저 베일을 벗기고 발견하고 타인으로부터 쟁취해야만 하는 것이다. - 308 page

    현실이란 꿈을 뛰어넘는 것, 꿈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란 확신을 갖기 위해 그는 여행을 했던 것이다! - 429 page

    ...테레자는 절망에 사로잡혔다. 절망의 습관을 잃어버렸던 터라 더욱 잔인한 절망이었다. - 456 page

    낙원에 대한 향수, 그것은 인간이 인간이고 싶지 않은 욕망이다. - 460 page

    개는 결코 낙원에서 추방된 적이 없다. 카레닌은 영혼과 육체의 이원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혐오감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테레자는 그의 곁에 있으면 기분이 좋고 편안했던 것이다.
    ...
    그것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랑이다. 테레자는 카레닌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사랑조차 강요하지 않는다. 그녀는 인간 한 쌍을 괴롭히는 질문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그가 나를 사랑할까? 나보다 다른 누구를 사랑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보다 그가 나를 더 사랑할까? 사랑을 의심하고 저울질하고 탐색하고 검토하는 이런 모든 의문은 사랑을 그 싹부터 파괴할지 모른다. - 461 page

     

    책 한 권을 읽는데 거의 2주일이나 걸렸다. 요즘 책을 읽을 절대적 시간이 줄은 탓도 있지만, 일단 책 자체가 두껍기도 하고, 중반부엔 좀 난해해서 솔직히 잠시 눈을 돌리기도 했었다. 그래도 왠지모르게 제목에서 풍겨져 나오는 난해함에 비하면 의외로 쉬이 읽혀지는 편이다. 무슨 말을 하는지 피부속까지 자연스레 와 닿는 느낌이랄까. 이렇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놀랍다. 난 눈에 보이는 것 하나 설명하기도 벅찬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어쩜 이렇게 생생하게 표현하는 건지. 


    소설인지 철학서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네명의 사람과 한마리의 개를 통해 인간의 내부를 낱낱이 까발리는 책이다. 보는 내내 몇번이나 고개를 끄덕여 댔는지... 결국 모든 문제는 '집착'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여전히 낙원에서 살고 있다는 카레닌(개)을 보며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의 내 삶에도 적잖이 영향을 끼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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