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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리터의 눈물 - 나의 라섹수술 체험기
    리뷰 2012. 10. 3. 18:16

     

    수술 5일차. 다시 찾은 병원은 처음 찾았던 지난 29일과 마찬가지로 추석맞이 시력교정수술을 받은 동기들로 북새통이었다. 모두들 어둠속에서 살아남은 승자들이었다. 깔끔하게 잘 아물고 있으며 고생했다는 의사의 멘트와 함께 드디어 5일동안 눈을 감싸고있던 보호렌즈를 제거했다. 히야... 드디어 끝났다. 할까말까 망설이던 수년간의 고민도 안녕, 눈에 칼을 댄다는 두려움도 이젠 지나간 과거일 뿐이었다.

     

     

    라섹. 인터넷을 뒤져보면 정말 많은 정보가 나온다. 그중 반 이상은 라섹 부작용에 관한 내용들, 또 나머지 반의 반은 수술 체험기. 이것들 때문에 참 고민도 많이하고 두려움도 컸었다. 지금 다시생각해보면 잘못된 정보도 많고 개인차가 너무 커서 인터넷 그대로 믿는것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결국엔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결코 모를 것 같다. 눈물이 왜 주룩주룩 흐르는지, 얼마나 아픈지, 이물감은 뭔지, 시리다는게 어떤건지... 결코 말로는 느낄 수 없는 것들뿐이니까.

     

    수술 결정까지 오는 과정은 참 복잡한 심리게임이었다. 아직 완벽하게 검증받은 수술이 아니라 나중에 늙어서 고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많고, 다양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냥 맘 편히 안경을 쓰겠다는 사람도 있고... 나같은 경우 수술 결정을 내린 주된 이유는 내가 찾아본 라섹 수술을 받은 사람들 대부분이 '하길 잘했다'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잘못된다거나 부작용 같은건 생각 안하기로 했다. 난 보통사람이니까 평균치를 믿어보기로 했다. 게다가 안경을 벗게되면 얻게될 수많은 이득을 생각해보라. 운동하다보면 수십번을 고쳐쓰게 되는 안경, 먼지가 묻으면 안경닦이로 벅벅 문질러 닦아야하는 귀찮음, 수영장엘 가도 몸매감상에서 오는 소소한 즐거움도 만끽하지 못하고, 썬그라스도 도수를 넣어야 하고... 생각해보면 수십년간 안경잡이로 살아오면서 너무나 당연하듯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수술을 결정하고 추석 한달전 병원을 찾았다. 병원이 어찌나 많은지 병원 고르는 것도 일이다. 내 생각엔 그냥 강남이라면 아무 병원이나 가도 대체로 비슷할 것 같다. 기구들도 대부분 비슷하고 워낙 사람들도 다들 강남을 찾으니까 대부분의 병원들이 검증도 됐을꺼다. 참고로 라식소비자단체라는게 있더라. 뭐 따로 돈드는거 아니니 인증병원중 하나를 골라서 보증서를 신청하고 병원을 찾았다.

     

    시력교정술 검사를 신청하고 아무 생각없이 찾았다가 쪼꼼 놀랐다. 생각보다 검사 강도가 꽤 세더라. 여러 기구들 돌아가면서 얼굴 대고 눈깔 보는거야 뭐 여기저기서 많이들 해봤던 거라 그런가보다 했는데, 마지막에 마취약 넣고 구슬같은걸로 눈깔을 꾸욱!누르던 검사는... ㅠㅠ; 정말 아팠당. 뭐 잠깐이면 끝나지만 너무 갑작스런 검사여서 깜짝 놀랐다. 게다가 검사를 받고나면 그 다음날까지는 책을 볼 수가 없다. 가까운 것들에 초점을 맞출 수가 없어. 이것도 몰랐던 사실이다. 암튼 검사 결과는 곧바로 알 수 있으며 가능하다면 라섹을 추천할 것이다. 라식보다는 그만큼 안전하니까. 검사결과 생각보다 내 눈이 건강한 편이어서 깜짝 놀랐다. 암튼, 수술은 라섹으로 결정되었고, 날짜도 추석연휴 첫날인 29일로 결정했다. 이제 지루한 기다림만 남았다.

     

    수술 전날 확인전화가 오고 수술당일 오전 9시반에 병원을 찾았다. 우와~ 텅빈 강남거리 사람들이 여기 다 들어차있는걸까? 정말 시장통이 따로 없었다. 연휴기간은 사람이 정말 많으니 한달전쯤 미리미리 서둘러 예약해두시길. 암튼 오랜만이라 다시한번 간단히 눈 검사를 마치고 수술대에 올랐다.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봐도 나오지만 수술 시간은 정말 짧다. 고통도 없다. 다만 수술후 눈에 찬물을 들이붓는데 그게 제일 힘들꺼다. 물이 차가워도 너무 차갑다. 그거 빼고 제일 큰 고통이라면 두려움뿐일듯. 수술은 일사천리다. 누우면 먼저 마취약을 눈에 뿌리고 녹색 불빛을 주시한다. 그러면 의사가 동그란 칼날같은걸 눈깔에 대고 살짝 돌리면 시야가 흐려진다(각막 겉부분을 들춰낸듯). 다음으로 레이저를 쏘고 다시 들춰냈던걸 덮으면 시야가 정말 선명해진다. 항생제, 혈청(자가혈청수술일경우)등을 뿌리고 찬물로 금냉. 그럼 끝이다. 한쪽당 5분정도씩 10분이면 끝난다. 수슬 끝나고 일어나면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아서 놀라게된다. 보이던거 그대로 다 보이고 고통도 없으니 놀랄 수 밖에. 그리고 주의사항과 다음날 검사받으러 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가면 끝이다.

     

    병원밖을 나서면 눈물이 조금씩 나기 시작하는데 이게 조금씩 심해지기 시작한다. 내 생각엔 수술날 충분히 혼자서 와도 집까지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눈물이 자꾸 흐르는거 빼면 집까지 돌아올 정도는 되더라. 집에 돌아오니 눈물이 너무 심해서 그냥 두시간정도 누워있을 수 밖에 없었다. 눈을 깜빡거리기만해도 눈물이 주르륵 흘러버리니 눈물때문에 앞이 보이지가 않는다. 한 두시간 자고 일어났더니 다시 멀쩡해졌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서 추석새러 버스타고 부모님집에 갔다. 가서 친척들이랑 이야기도하고 티비도 보고 첫날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보냈다.

     

    이튿날. 눈이 시리다. 눈이 잘 안떠진다. 왜 사람 눈에대고 바람을 호~불면 눈이 시려서 눈을 감게 되지않는가. 딱 그런 기분이다.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다. 그래도 억지로 뜨려고 노력하니까 조금씩 떠지게 된다. 차례까지 무사히 마치고 다시 혼자서 강남 병원을 찾았다. 이때까지도 멀쩡. 수술이 잘 되었는지 간단히 검사를 마치고(정말 간단하다, 눈 한번 들여다보고 끝) 집으로 돌아왔다. 드디어 지옥문을 들어선 순간이다.

     

    내 경우엔 이튿날 낮 12시경부터 셋째날 오후 6시경까지, 딱 서른시간정도 다녀온 것 같다. 지옥 구경을... 지옥이라고하니까 죽을만큼 아프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그 정도로 아픈건 아니고 아픔은 딱 참을만한 정도다. 근데 그 어둠속에서 깼다, 잠들었다의 반복과 욱신거림, 긴 시간을 참고 기다려야하는 지루함, 아무것도 제대로 볼 수 없음등 나를 둘러싼 복합적인 것들이 충분히 지옥문턱쯤이었다해도 이상할게 없었다. 결국엔 시간과의 싸움이다. 왜 둘째날부터 그렇게 고통스러운지 나로선 알 수가 없다. 단지 아픈만큼 뭔가 내 몸이 고쳐져가고 있겠구나 하는 믿음 하나로 버티는 수 밖에 없다. 적어도 눈물을 1리터이상은 흘린 것 같다. 눈물탓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눈이 퉁퉁붓는다. 난 콧물도 심하게 났는데 이것도 눈물탓인지 뭔지 모르겠다. 다행히 코감기약을 먹었더니 콧물은 줄었다. 한 숨 잠들고 일어날때마다 조금씩 고통이 줄어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셋째날 오후정도되면 비로소 고통이 지나갔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눈은 계속 뜨고있기가 힘들다. 눈물도 많이나고. 이튿날부터 셋째날까지는 가능하면 옆에 사람이 있는 것이 좋다. 나같은 경우 이태원에서 어둠속에 나홀로였었는데 밥 차려먹는게 정말 힘들었다. 천일냉동 야채볶음밥 렌지 돌려먹고 야끼소바 컵라면 해먹은게 전부였다. 괜히 쓸데없는데서 서러운 기분 받기싫으면 친구를 불러라.

     

    넷째날. 조금 더 나아지고,

     

    다섯째날은 완벽히 눈이 떠진다. 눈을 뜨고싶을때 뜨고 있을 수 있게된다. 물론 시력은 정상은 아니지만. 시력은 개인차도 심하고 오랜 기간을 두고 점점 찾게된다고 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게 딱 다섯째 날이다. 그동안 눈깔을 보호하고있던 보호렌즈를 제거하는 날. 그동안은 눈에 물이 들어가면 안되서 머리도 제대로 못감게 되는데 이제 이전처럼 마음대로 눈을 굴려도 된다는 의사의 허락을 받는 날이다. 컴 앞에 앉아 이렇게 긴 글을 쓸 수 있는 수준이니 생활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라섹과 함께한 5일이 지나갔다. 고통과 두려움도 다 지나갔다. 돈역시도...ㅠㅠ 내몸에 이렇게 돈을 많이 바른건 치과 이후로 처음이다. 이왕 바를꺼 좀 더 빨리 바르지 않은게 후회된다. 아직 난 라섹 그 중간에 서 있지만 벌써부터 만족감이 충만하다. 시력이 돌아오면 얼마나 더 행복해질지... 이제 계획했던 유도장도 찾아보고 기념으로 선그라스라도 하나 사야겠다. 이제 내 남은 날들에 안경은 없다. Good bye 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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