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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절한 균형(A FINE BALANCE)
    리뷰 2012. 9. 21. 08:13


    적절한 균형

    저자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출판사
    아시아 | 2009-10-2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절망 속에서도 삶을 지탱하게 만드는 희망!인도의 삶을 꾸밈 없이...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이 책을 손에 들고 부드러운 안락의자에 몸을 파묻으면서 당신은 혼잣말로 이 책이 재미나겠다고 할 겁니다. 그리고 업청난 불행에 관한 이 이야기를 읽고 난 후에도 당신은 식사를 잘 할 것이고 본인의 무감동에 대해서 작가를 탓하고 그의 지나친 과장과 상상의 비약을 비난할 것입니다. 그러나 믿어주십시오. 이 비극은 허구가 아니라 모두 진실입니다." - 오노레 드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 」중에서

     

    책은 위와 같은 서문으로 시작한다. 그만큼 보통사람(과연 보통사람이란 무엇일까?)이 보기에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들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나라는 다르지만 내가 속한 이 세계 어딘가의 인간의 삶인 것이다. 이유없이 끌려가거나 이유없이 불살라지고, 이유없이 잘리는 것들을 잘 생각해보면 모든것에는 궁극적인 이유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욕심, 바로 그것이다. 

     

    마구간이 가까워질 수록 지친 말은 전속력으로 달리는 법이란다. - 261 page

     

    옴의 권유에 이시바는 안장 뒤의 짐받이에 올라탔다. 그는 다리를 펴고 옆으로 앉았다. 자전거가 달려 나가자 다리가 땅에서 몇 센티미터만 떨어져 있어서 때때로 도로 바닥에 스쳤다. 옴의 미래에 대한 희망은 따릉따릉 울려 퍼지는 벨 소리와 함께 커졌다. 잠시, 세상은 완벽했다. - 273 page

     

    파록은 괜찮다고 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들을 보는 데는 한쪽 눈이면 충분해." 아반의 부른 배를 만지면서 그가 웃었다. 그리고 이제는 세상의 추악한 모습에 반만 괴로울 것이라고도 했다. - 300 page

     

    거지들이 없으면 사람들이 어떻게 죄를 씻을 수 있습니까? - 479 page

     

    기억은 영원하다. 슬픈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슬픈 채 남아 있지만, 행복했던 기억들은 결코 똑같은 환희로 재현되지 않는 것이다. 기억은 자신만의 독특한 슬픔을 낳는다. 시간이 슬픔과 행복 모두를 고통의 원인으로 바꿔 놓는 건 너무 불공평해 보인다. - 489 page

     

    "마넥, 인간의 얼굴은 공간이 제한돼 있단다. 우리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웃음으로 얼굴이 가득 차면 울 수 있는 공간은 없다고 하셨지."

    "정말 좋은 말씀이군요." 그가 비꼬듯이 말했다.

    "지금 당장은 디나 아주머니의 얼굴, 옴의 얼굴, 그리고 내 얼굴이 모두 꽉 차 있단다. 일과 돈, 그리고 오늘밤에 어디서 잘 것인지 걱정하느라고 말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슬프지 않다는 건 아니다. 슬픔이 얼굴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여기 이 안에 있지." 그가 손을 가슴에 얹었다. "바로 이 안에는 끝없는 공간이 있단다. 행복, 친절, 슬픔, 분노, 우정, 이 모든게 여기 다 들어갈 수 있지." - 635 page

     

    희망이야 항상 있죠. 우리의 절망에 균형을 맞출 만큼 충분한 희망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린 끝장이죠. - 803 page

     

    나에겐 이미 답이 있어요. 난 질문을 찾는 중입니다. - 857 page

     

    인도의 7,80년대 현실을 옴프라카시(옴)와 마넥, 이시바, 디나란 인물을 중심으로 그려낸 슬픈 이야기다. 책이 이렇게 방대할 수 밖에 없는 게, 구경꾼들에서 보았던 것 처럼 등장하는 인물마다 그들의 삶 전체를 조명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나면 로힌턴 미스트리란 작가를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냥 없는 이야기를 이렇게 만들어 내지는 않았을테고, 아마도 마넥정도의 위치에서 인도를 바라보지 않았을까 싶다.


    거의 일주일을 900페이지에 달하는 이 거대한 벽돌에 짓눌려 지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읽은 책중에 제일 두꺼운 책이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이런 이야기를 재미있다고 표현하면 안되겠지만 이 두께로도 모자랄 정도로 방대하고 세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정말 그곳에 있는 것처럼 처참하고 암담하다. 하지만 그 문장들은 어찌나 아름답던지.


    마지막장을 덥고나자 처음보다 책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분명 우리네와 차이는 있겠지만, 그건 정도의 차이일 뿐일 것이다. 바로 어제 뉴스를 보자. 2009년 쌍용차 파업때 노사협상 타결 임박을 알고도 조현오 경찰청장이 경찰력을 강제투입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않는가. 책속에서 실적을 위해 장날 시장통 사람들을 강제로 끌고가서 불임시술을 자행하던 경찰들과 다를바가 없다. 경찰청장 조현오의 내막이 사실이든 아니든 우린, 이런 일들이 일어날법한 세상에 살고 있는 거다. 

     

    적절한균형이 오히려 그들을 비참하게 만든다. '1%들'의 욕심이 끝이 없는 한, 균형을 이루기위해 누군가는 끝없이 고통받을 것이다. 현실을 좀 더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하나 얻은 것 같아 유익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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