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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월은 붉은 구렁을 - 온다 리쿠
    리뷰 2012. 1. 5. 12:18
    삼월은붉은구렁을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온다 리쿠 (북폴리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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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테리 소설이므로 이 책을 읽을 예정이신 분들은 아래 리뷰를 읽지않는 편이 좋습니다.

    나, 경고 했어!














    아, 일단 책은 아주좋음!















    작년 말 사둔 책인데 이제야 꺼내 읽는다.
    어떻게해서 이 책이 책장에 꽂혀 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누군가의 호평을 보고 독특한 제목에 이끌려 카트에 주워 담았겠지? ㅋㅋ
    다른 책들보다 한번더 눈이 가게 되는 제목.
    『삼월은 붉은 구렁을』
    제목이 이렇게나 강력한데도 여지껏 책장에서 잠자고 있었다니.
    아직 삼월이 오지 않았건만 겨울잠을 자고있던 구렁이를 가만히 흔들어 깨워 본다.

    무서운 이야기예요. 이 정도까지 모든 게 다 시각화된다는 건 획일화를 조장하는 일입니다. 원본을 접할 기회도, 접할 필요도 없어요. 얼마든지 복사할 수 있으니까요. 난해한 철학책이나 두꺼운 세계문학전집도 해설서나 축약판이 나돌아다니죠. 책 따위는 읽을 필요 없어, 자, 여기 이렇게 간단한 게 있잖아, 같은 식이거든요. 읽지마, 봐, 라고 말이에요. 다 함께 똑같은 걸 보자, 그런 거예요. - 92 page

    야아, 그땐 쇼크였지. 모든 책이 인간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써서 생겨났다는 걸 알았을 땐 말아야. 난 그 때부터 별로 진전이 없나 봐. 지금도 소설을 사람이 쓴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때가 있거든. 어딘가 소설이 열리는 나무 같은 게 있고, 다들 거기서 따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출판 일을 한 지 꽤 오래됐는데도 아직도 속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니까. 언젠가 반드시 '에이, 거봐' 하면서 현장을 덮치겠다고 마음먹고 있어. - 150 page

    넌 몰라. 여자는 여자 그 자체를 질투하는 게 아니라, 그 여자의 미래를 질투하는 거야. 어떤 멋진 사람을 만나서, 어떤 식으로 사랑받을지 상상하지. 그리고 그 여자가 사랑받는 자기의 행운에 만족하고 우월감을 느낄 걸 상상하면서 질투하는 거야. 난 아무리 아름답고 복받은 여자라도 감수성이 없는 여자는 질투하지 않아. 설령 어린아이라도, 자기를 꼭 끌어안고 싶어지는 기쁨을 분명하게 알고 있는 여자만 질투한단다. - 156 page

    이게 미스테리 소설인지도 몰랐다.
    총 4부로 나뉘어져있는 책은 폴 오스터의 『뉴욕3부작』을 연상케 했다.(당연하지, 읽은게 그것밖에 없으니깐)
    각각을 내 느낌대로 정리하자면,
    ▷ 1부 : 미스테리 희극
    ▷ 2부 : 미스테리 드라마
    ▷ 3부 : 미스테리 비극
    ▷ 4부 : 미스테리 판타지
    같은 느낌이랄까?

    참 독특하네.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란 책 안에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란 책이 있어.
    4부로 나누어져있지만 각각이 독립적이지 않고,
    굉장히 문학적인데,
    미스테리 소설이야.
    상상이 가나?

    뉴욕3부작과 비슷한점은,
    겉모습만 봐서는 몇개의 에피소드로 나누어져 있다는 점과 이야기가 돌고돈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작가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글을 쓰는 고민이라던가... 쓰면서 드는 생각이라던가...
    하지만 뉴욕 3부작보다는 훨씬 쉽게 읽힌다.
    역시 미스테리 소설이라서겠지.

    재미있으면서도 읽는 내내 기분이 좋다.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다독거려주는 느낌이랄까.
    독서를 계속하고싶게 만드는 책이다.

    예고편을 쓰고 있노라면 언제나 요시하라 사치코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쓰기 시작하면 안 써지는데, 쓰기 전에는 써지려고 한다." 딱 이런 심경이다. - 309 page

    나는 어렸을 때부터 회전목마를 싫어했다. 어린 마음에도 가짜 말에 올라타서 한곳을 빙빙 돌기만 하는 행위가 몹시 굴욕적으로 생각되었던 것이다. 도대체 뭐가 재미있다는 것일까? 회전목마에 올라앉아, 원 바깥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을 볼 때 느끼는 고독. 그 고독은 무엇이었을까? 가족은 자애 어린 눈으로 멀리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 너는 혼자란다, 하고. 너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너는 혼자란다, 하고. 홀로 회전목마를 타는 아이들은 가슴이 쓰라릴 정도로 고독한데도 어째서 모두들 웃고 있는 것일까? 아이들은 가족을 향해 웃어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자신이 고독을 눈치 채기 시작했고 그것이 이제부터 살아갈 긴 인생의 반려라는 사실을 눈치 챘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 376 페이지

    어쩌면 내가 지금 여기 있지 않아도, 이 세계는 언제까지고 이렇게 여기에 있는 것일까? - 385 page

    출퇴근길 거리에, 홀로 먹는 저녁 밥그릇 속에, 영화관에서 나와 추위에 떨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지하철 입구에, 문득 잊고 있던 그리운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는 것 같다. - 388 page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없는 곳에는 세상이 없을 지도 모른다고.
    누구나 한번쯤 그런 상상을 해 본 적 있지 않나?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마치 트루먼 쇼 같은...
    4부를 읽을 때의 느낌이다.
    이런 이야기 좋다.

    문학적 소양이 적어 제대로 느꼈는지 모르겠다만,
    참 재미있고, 독특하고, 꼼꼼하고, 섬세하고, 깔끔한 소설이었다.
    제목만 보고 난해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난해하지 않다.
    2012년을 여는 책으로 딱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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