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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식(CHOCK, 2009)
    리뷰 2011. 7. 18. 01:13
    질식
    국내도서>소설
    저자 : 척 팔라닉(Chuck Palahniuk) / 최필원역
    출판 : 랜덤하우스 2009.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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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항상 패배자로 남아 있어야 한다.
    항상 핍박받는 자로 남아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우월하다고 느낄 수 있는 누군가를 필요로 하니까. - 6p

    모든 첫 경험을 떠올려 보는 것 도 좋아. 태어나서 처음 자위를 했을 때 나는 내가 그걸 세계 최초로 발명했다고 생각했어. 질척질척한 손을 내려다 보며 이런 생각을 했지. 이걸로 큰 돈을 벌 수 있을 거야 - 49p

    에바가 여기에 오게 된 사연이 그렇듯이, 사람들은 늙은 부모를 공공 기관에 데려다 놓고는 신원도 밝히지 않은 채 사라져버린다. 이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또 어디에서 왔는지조차 모르는 늙은 도로시와 어마이다. 사람들은 시 정부나 주 정부 혹은 다른 누군가가 자기 부모를 거둬 줄 거라 믿는다. 정부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듯이. - 76p

    점점 더 내가 나 자신을 형편없이 흉내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 91p 



    "왜 내게 말해 주지 않는 거야?" -299p

    척 팔라닉이란 작가를 처음 알게된건, 드럽게 더럽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인 어느 단편(하단에 첨부합니다)으로 부터였다. 눈 한번 질끈 감고 술자리에서 까발릴 정도의 부끄러움이 아닌, 생각만해도 눈물이 흘러나올정도로 부끄러운 것들에 관한 이야기. 아무도 말하지 못하는 진실의 극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책 역시나 더러운 세상을 적나라게 비추고 있다.(아, 나 변탠가바. 이런게 좋아.) 그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아무도 보려고 하지 않는 추악한 세상이.

    그 남자는 그런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굴욕이 굴욕인 것은 그것을 감내하기로 결심했을 때뿐이다. - 122p

    서른쯤 되면 가장 큰 적은 바로 너 자신이 될 거야. - 124p

    걸릴 수 있는 온갖 병을 다 알고 나면 인생은 사는 것이라기 보다는 기다리는 것이 되어버린다. 암을 기다리고 치매를 기다리게 된다. 거울을 들여다볼 때마다 대상포진의 징후인 빨간 뾰루지가 있는지 찾아본다. 혹은 버짐. 혹은 옴. 혹은 라임병, 뇌막염, 류머티즘열, 매독. - 133p

    당장 나는 자동차 연쇄 충돌 장면을 떠올려야 한다. 혈액 운송 차량 두 대가 서로 머리를 부딪치는 장면을 떠올려야 한다. 썩은 고양이 밥과 입 안에 생긴 궤양과 기한이 지난 기증된 장기를 생각한다.
    그만큼 그녀는 아름답다. - 145p

    그 잘난 음경으로는 못 하나도 박을 수 없다. - 149p

    아이는 개를 키우는 것하고는 달라. 내 말은, 애들은 오래 살잖아. - 154p


    어려운 책이었다. 순서는 뒤죽박죽, 이 얘기하다가 저 얘기하다가. 책에서 손을 뗄 때까지도 정신이 혼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흘이라는, 내게는 엄청나게 순식간인 시간만에 읽어버렸다. 더럽게 자극적이면서도 마음을 사로잡는 문장들의 집약체였다. '푸들'에서 한번의 큰 폭소가, 닥터 '페이지'에서 한번의 영화를 보는듯한 반전이 나를 즐겁게 했다.

    진정한 대혼란을 거치지 않고서는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없는 법이지. 더 나빠질 수 있을 때 더 나아질 수 있다. - 197p

    실재하지 않는 것은 실재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다. 왜냐하면 그 어느 것도 상상 속의 것처럼 완벽할 수 없으니까. - 198p

    나는 중독자들을 존경한다. 모든 사람이 예상치 못한 뜻밖의 재난이나 불시의 질병으로 죽는 이 세상에서 중독자들은 자신들의 인생의 끝이 어떨 거라는 것을 알기에 위안이 된다. 그들은 자신의 최후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으며, 중독증 덕분에 그들의 사인은 항상 분명하다. 어떻게 보면 중독자가 되는 것은 적극적인 행위이다. - 229p

    딱하게도 사람들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왜 세상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이고, 설명하고, 허물어야 하는 지. 말로 설명이 불가능한 것들까지도. 물론 신도 예외는 아니다. - 282p

    사실 내가 왜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섹스를 즐기는지는 알고 싶지 않아요. 그냥 계속 해댈 뿐이죠. 왜냐하면 스스로 합당한 이유를 만들어 내는 순간 그것을 깨부수기 시작할 테니까요. - 312p

    오래 지으면 오래 창조할 수 있고, 그럼 더 많은 것들이 가능해질 거야. 더 오래 우리의 불완전함을 너그러이 이해할 수 있을 거고. 만족의 순간을 좀 늦춰 보자는 거지. - 317p


    왠지모르게 '고래'의 춘희가 생각났다. 핍박받는 삶이 어딘가 닮아있다. 퐁네프 다리의 거지를 생각나게 하는 이런 패배주의적인 이야기가 좋다. 크나큰 위안이 된다. 용기가 샘솟는다. 나는 어쩌면 이 책을 통해, 내 앞에서 질식하는 빅터를 통해 살아갈 힘을 얻는 소설 속 '가짜' 사람들 중 한 명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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