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 영화를 보면서 오랜만에 불편하지 않았던 것 같다. 가볍고 유쾌하면서도 적나라한게 시원스럽고 좋았다. 영화는 영상학과와 관련된 사람들 이야기로 네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영화다. 그렇다고 에피소드가 전혀 다른 이야기로 구성된게 아니라 서로 연관되어 있다. 영화 시점이 4,3,2,1 순서로 점점 과거로 가는 것 같은데 확실히는 잘 모르겠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옥희의 영화'는 좀 더 나중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좀 독특하다. 게다가 에피소드가 하나 끝날때마다 울려퍼지는 엘가의 위풍당당행진곡도 보는 이를 기분좋게 해서 좋았다.
홍상수 감독은 정말 천재같다. 홍상수 감독, 촬영날 쪽대본 써서 노나주는거야 유명한 이야기지만, 거기다 이 영화는 더욱더 공을 안(?)들였다고 한다. 영화 한편 만드는데 얼마나 노력이 들어가는지는 전혀 짐작할 수 없어 이런 말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암튼 '대충' 만들었다고 한다.(영화를 봐도 대충 만든 티가 팍팍 난다. 난 특히 이발소 아저씨 연기에서. 아마도 진짜 이발소 아저씨였을꺼얌 ㅋㅋ) 그런데 그런 영화가 이렇게 가슴 깊히 와 닿다니, 정말 영화 천재가 아닌가 싶다. 이런 영화를 뚝딱 만들어내는 감독의 그 속이 얼마나 깊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이제 배우쪽으로 시선을 돌려서. 이선균에게 이런 인간적인 매력이 있었다니.(하지만 벌소리처럼 웅웅거리는 이선균 목소리는 참으로 싫으다. 밥먹으면서 영화보니까 내 입속에서 씹고 삼키는 진동이랑 이선균 목소리 주파수랑 비슷한지, 뭐 하나 씹고 삼킬때마다 목소리가 안들려 ㅜㅜ) 정유미는 역시나 볼수록 매력을 더해가는구나.
재미있었던 장면들.
#1.
(지나가는 아마추어 사진사가 이선균을 몰래 찍자 화를 내는 이선균)
이선균 : "근데 어떤 사진찍어요? 카메란 좋은것 같은데."
사진사 : "네, 나이콘 카메라예요."
이선규 : "아, 이히게 무슨 나이히콘이예헤여어, 니콘이죠 니히콘~"
(ㅋㅋㅋㅋㅋ)
#2.
(정유미와 이선균이 비닐하우스화원 벤치에 앉아있다.)
이선균 : "우리 이거 좀 마시자"
(라고 말하며 가방에서 600mm 소주 피티를 꺼내는 이선균. ㅋㅋㅋㅋㅋ)
#3.
이선균 : "넌 너무 예뻐~."
정유미 : "나 안이쁜데 니가 또라이라서 그런거야."
(ㅋㅋㅋㅋㅋ)
#4.
정유미 : "난 너가 착해서 좋다? 착해~."
이선균 : "착할께~"
(ㅋㅋㅋㅋㅋ)
별 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