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조금 멀리 살았다.
아니 내가 그 사람으로 부터 멀리 사는 걸지도.
암튼 우린 서로 떨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날 수 밖에 없었던 서로의 현실.
참 슬픈 일이다.
아주 참한 사람이였다.
친구에게 첫마디로 그렇게 이야기 했더니,
'뭔가 맘에 안드는구먼~'
그러더라.
친구 앞에서는 아니다, 꽤 괜찮다 했지만,
좀처럼 지워지지않는 찝찝함.
첫 만남에 아무런 울림이 없었던 걸까?
아니다, 아직 판단하긴 이르다.
그래도 적어도 세번은 만나봐야지...
일요일에 처음 만난 뒤로,
목요일쯤 한번 더 보자고 했더니 괜찮다고 한다.
그 사람은 무슨 말을 해도 아무런 거부없이 다 받아들였다.
목요일 저녁에 만나,
일요일과 똑같이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자기가 조금 늦게 왔다고 밥은 그 사람이 계산했다.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시간 때문에 찻집에서 오래 이야기 할 수는 없었다.
아메리카노를 반쯤 비웠을때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헤어지기 전 버스정류장 앞에서 이번 주말에 시간이 되냐고 물었더니,
이번 주말은 바쁘단다.
대신 다음에는 자기가 서울로 가겠노라했다.
그리곤 헤어졌다.
버스에 올라타고 30분쯤 지나자 그 사람으로부터 집에 잘 들어갔다며 조심해서 가라는 문자가 한통 왔다.
그 사람으로부터 처음 먼저 건네 받은 문자였다.
짤막한 답장을 한 통 보내고,
그걸로 그게 내 마지막 문자가 되었다.
세번은 만나보겠노라 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그 사람은 아주 참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와는 맞지 않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말을 또박또박 잘 했지만,
왠지모르게 우리의 대화가 억지로 이어져가는 느낌이랄까...
몇번 보지도 않았는데 그만 만나자니 그것도 참 난감했다.
난데없이 그만 만나자고 연락하는는건,
아직 사귀지도 않는 우리 사이에 괜히 오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가만히 있자니,
매일 안부문자라도 한통 보내던 사람이 안보내니,
그 사람 자신이 자신을 탓하진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이래저래 고민하다가 결국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그 뒤로 연락을 안하고 있다.
연락을 안하니 연락이 안온다.
항상 내가 먼저 문자를 보냈어도 답장은 꼬박꼬박 왔던 그 사람.
그 때는 꼬박꼬박 답문을 보내는 그 모습이 참 괜찮구나 생각했었는데,
이젠,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연락이 없는 그사람에게 나는 뭐였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가볍게 만나리라 생각했던 두번째 소개팅도 역시나 나를 어지럽히고 있다.
이런짓, 언제쯤이면 그만둘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