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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2009. 10. 26. 11:12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간 밤의 일들이

    순식간에 스쳐지나갔다.

     

    오늘처럼 무서웠던 아침이 또 있었을까.

    오늘처럼 눈 뜨고 싶지 않은 아침이 또 있었을까.

     

    중간중간 기억은 없고,

    어제 들고나간 가방도 없다.

     

    책...

    지갑...

    아직 할부도 안끝난 전자사전...

    잘 정리해둔 일본어 암기장...

    잘 나오던 빨강, 파랑, 검정색 마하펜과

    샤프펜슬....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헬스장카드...

    휴대폰...

    집열쇠...

    자전거열쇠...

    회사 서랍 키...

     

    <그리운 것들...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방이 품고있던 것들이 전부 사라졌다.

    가방에는 꼭 필요한 것들만 넣고 다니니

    꼭 필요한 것들만 사라져 버렸다...

     

    그래...

    그럴 수도 있다고생각하자...를 수백번 반복해도...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

     

    남이 용서가 안되는건

    관심을 꺼버리면 끝인데,

     

    내 자신이 용서가 안되버리면

    이건 정말 죽고싶은 생각밖에 안든다...

     

    보통날보다 조금 늦게 눈 뜬 아침에 버스를 타는데

    회사가 있는 분당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하나,

    한강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아햐나

    심각하게 고민이 들었다.

     

    회사를 가도

    회사 서랍키를 잃어버렸으니 노트북을 못꺼내 일을 못한다.

    이것부터 시작하려면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서랍키 분실신고를 하고

    13층가서 예비키를 받아와서 열어야하는 부산을 떨어야한다.

     

    헬스장 카드는 전에도 한번 분실해서

    만원을 내고 새로 발급받은건데

    또 만원내고 발급받아야겠구나...쓰봉...

     

    휴대폰을 잃어버렸으니 휴대폰을 사야하는데

    주민등록증이 없으니 휴대폰을 살수도 없고

    주민등록증부터 신청해야하는데

    주민등록증을 신청하려면 사진도 새로 찍어야하고...

     

    하나하나 생각이 떠오를때마다

    근심이 꼽배기로 늘어난다.

     

    그중 제일 큰 걱정거리는,

    혹시나 술기운에 소개팅 그녀에게 전화를 하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

     

    어떻게 물어봐야하나...

    '저... 혹시 어제 제가 전화 했었나요?'하면,

    맨날 술처먹고 필름 끊기는 사람이구나 생각할테고(물론 정답이지만...ㅠㅠ)

    '저... 좋은 아침이죠?'하면,

    어제 그렇게 헛소리를 해대고 아무일 없다는 식이냐...그러는건 아닐까...

     

    매일 지겹게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싫어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다른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하늘에 신이 있기는 하나보다.

    누군가 내 목소리를 듣고 있기는 한가보다.

    내 바램을 이런식으로 들어주다니...

    어쩌면 신은 그렇게 착하지만은 않은 존재일지도...

     

    뭐...

    암튼...

    그래도 이렇게 살아났다.

    눈을 뜨고

    기억을 더듬고

    길을 찾아

    회사에 와서 앉았다.

     

    참 다른 날이지만

    그래도 눈을 뜨고 일어난 아침이기에

    살아야겠지...

     

    왜 자꾸 멀리(일산) 계신 어머니가 생각나는지...

    엄마는 내가 이러고 사는걸 알까...

     

    이래저래 엄마에게 미안해지고

    소개팅 그녀에게 미안해지는 아침이다.

     

    이렇게 오늘 하루를 맞은 사람도 있으니

    여러분들은 어떤 하루가 되었든 힘 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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