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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그린컴퓨터, 부모님, 철없는 아들
    일상 2009. 8. 4. 17:44

     

    중학교 2학년에서 3학년 사이, 1993년 정도였던것 같습니다. 컴퓨터를 사달라고 그렇게 조르고 쪼르고 쫄르고 쫄르다가 결국 아버지께서 포기하시고는 같이 삼성컴퓨터 매장에 갔습니다. 이것저것 한참을 물어보고는 결국 팜플렛 한장만 딸랑 들고 나왔죠. 몇일동안 어떤 모델로 선택할지, 팜플렛이 헤지도록 보고 또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오죽하면 실물 컴퓨터보다 팜플렛 속 컴퓨터 모습이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버렸을까요. 결국 제 첫 컴퓨터는 삼성 그린컴퓨터 486 DX (33MHz, 8MB Ram)로 결정하게 되었고, 드디어 저도 오너 중학생이 되었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돌이켜보면 그땐 참 철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모니터까지 다 해서 무려 2백 얼마를 주었던것 같은데, 이거 참... 지금 들어도 놀랄 가격인데 요즘 시세로 따지면 이게 얼맙니까? 부모님은 어떤 결심을 하시고 저런 고가의 컴퓨터를 덜컥 사주셨을까요? 정작 본인은 옆에서 제가 하는것만 쳐다보실 거였으면서. 그동안 조르는 저를 보고 부모님 속은 얼마나 아팠을지, 또 사주고 나서는 얼마나 힘드셨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옵니다. 지금 제가 자식이 있었더라도 제 부모님처럼 행동 할 수 있었을까요?...

     

    다시한번 생각해보면 웬지 어딘가에 당한것같은 찝찝한 기분도 듭니다. 그 당시에 자식을 둔 부모님들은 대부분 이런 생각을 가지고있었습니다. 내 자식이 남들만큼 하려면 컴퓨터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을 만한 금액의 물건이 아닌데도 컴퓨터는 기본으로 있어야 한다는 생각. TV나 신문등 일방적인 매체들만 접하던 그 당시라면 이런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기가 얼마나 쉬웠을까요. 그런 시대의 패러다임이 아무것도 모르는 부모님들을 컴퓨터 매장으로 향하게 하였던건 아닐까요? 저희집이 넉넉한 형편이었다면 이런 생각도 않을텐데... 뭐 이제와서 화내봐야 소용없는 과거이지만요...

     

    그냥 갑자기 옛날 생각이나네요. 누구때문에 컴퓨터를 이만큼이나 하게 되었는데, 정작 아버지께서 '컴퓨터가 왜이러냐', '왜 소리가 안나오냐', '내가 하던 게임화면이 어디갔냐' 하시면 설명하기도 귀찮아 짜증만 부릴줄 알고. 여전히 참 못난 자식입니다.

     

    다시한번 가슴에 새겨 봅니다.

    '효도 해야지...효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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