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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선의 식모다.일상 2007. 4. 17. 11:07
몇 달 전부터 꾸준히 회사에 도시락을 싸간다. 반찬이야 내 방 냉장고에 있는 걸 싸 가면 되는데 문제는 밥이다. 고시원 부엌의 밥통을 여럿이 같이 쓰다 보니 밥통에 밥이 있는지 없는지 매일매일 체크해야 되는데 그게 문제 였다. 어떤 날은 밥이 없어서 밥을 안쳐두면 누군가 홀랑 다 퍼먹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밥이 간당간당해서 새로 짓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그냥 자기도 뭐해서 그런 날은 그냥 다음날 아침 운에 맡길 수 밖에 없다.
얼마전 집에 갔다가 엄마한테 그 얘길 했더니 엄마가 어느새 작고 귀여운 밥통을 구해 두셨다. 냉큼 고시원에 가져와서 가동시켜보니 Very very very good~이다. 작은 밥통 하나로 고시원이 꽉 찬 느낌~. 밥통 하나에 이렇게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나를 보니 좀 웃기기도 하지만 기분이 좋아 참을 수가 없다.
아무래도 나의 타고난 식모끼는 어쩔 수가 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