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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유 기자랑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이유
    리뷰 2018. 2. 8. 16:57

    언젠가부터 집안 인터넷이 좀 느린 것 같아 생각난 김에 오랜만에 인터넷 품질을 측정해봤다. 다들 기가 인터넷 쓰는 시대에 좀 떨어지는 100M 인터넷이지만, 100메가라는 대역폭이 기가보다 작을 뿐이지 결코 작은 대역폭이 아니다. 일단 우리 집 인터넷 구조는 다음과 같다.

    KT 통신선로 → KT 모뎀 → IPTV 셋톱 → 공유기 → NAS, PC, TV, PS4등등

    집에서라면 IPTV 셋톱으로 들어가는 랜선을 뽑아 컴으로 연결해 속도를 측정해 보면 제일 정확하겠지만 회사라서 NAS 콘솔로 접속하여 테스트해봤다. (#유닉스 커맨드 라인에서 대역폭 속도 측정하기) 최말단 기기에서 측정한 속도임을 고려했을 때 위 정도면 KT는 거의 정확한 서비스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KT 통신선로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으니 남은 의심 대상은 공유기뿐이네. 일단 공유기를 통과한 속도엔 이상이 없으니 공유기의 유선 성능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제 남은 건 공유기 무선 성능쪽이다. 이건 원격으로 점검할 수 없으니 집에 가서 확인해 보는 수밖에.


    [공유기 끝판왕 넷기어 R7000의 영롱한 자태!]

    공유기로는 이놈을 신혼집 차리면서부터니깐 거의 4년째 쓰고 있는데 아주 애물단지다. 공유기 끝판왕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공유기 하나에 이십몇만원으로 가격도 어마어마하지만 박살나는 저 간지에 한 눈에 반해 덜컥 집에 들였는데 들인 첫날 속을 까보자마자 정유미가 뚝 떨어졌었다.

    이게 공유기 관리자 화면이다. 그러니까 공유기라는, 어떻게 보면 특화된 컴퓨터에 깔린 윈도우 OS 쯤으로 보면 된다. 처음 보는 사람은 이게 뭐가 문젠가 하겠지만, 써보면 안다. 인터페이스가 구려도 이렇게 구릴 수가 없다. (자세히 보면 글자들 배치나 각종 여백에서 이미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이 공유기가 이삼만원짜리 아이피타임이었다면 이 정도만으로 훌륭하다고 했겠지만 이건 공유기계의 끝판왕이란 말이다! ㅠㅠ; 처음 봤을 때 나의 처참한 심정을 비유하자면, 아이폰이라고 샀는데 화면을 켰더니 옛날 2G폰 화면을 만난 격이랄까.

    덜컥 사고 나서야 알았다. 이 공유기를 사용하는 많은 사람이 얼마나 나처럼 처참한 느낌을 받았는지, 정식 펌웨어 대신 아수스 공유기용으로 나온 펌웨어를 올려서 쓰고 있다는 사실을.

    [R7000에 아수스 멀린펌을 올린 화면을 인터넷에서 퍼왔다]

    같은 기기에 이런 화면이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넷기어는 자기네들 펌웨어 화면이 구리단 걸 몰랐을까? 아녀,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단지 공유기 관리자 페이지이고, 한 번 설정하면 자주 들어갈 일도 없을 뿐이라고 투자를 하지 않았겠지. 

    이런 비슷한 느낌을 전에 받은 적이 있다. 2006년경 팜이니 컴팩이니 하던 PDA 전성기가 끝나고 PDA와 폰이 합쳐져서 나오기 시작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걸 현재 우리는 스마트폰이라고 부른다) PDA 폰을 처음 접한 게 삼성 M4500 이란 놈이었다. (내가 쓴 글을 찾아보니 아주 찬양 일색이더구먼 : 증거 #1) M4500이 얼마나 잘 나갔는지 후속작 M4800은 미라지폰이란 이쁜 별명까지 달고 나왔다. 역시나 열심히 빨아댔다. (증거 #2) 그리고 그 이후에 나온 옴니아 (옴레기로 더 유명한)를 만나고서 슬슬 각성하기 시작한다. 옴레기의 온갖 오류 덩어리들에 학을 떼고 결국 모두가 열광하던 아이폰으로 갈아탔다. 딱! 그때다. 삼성의 윈도우 기반 스마트 폰만 쓰다가 아이폰으로 넘어왔을 때 받았던 충격! '현재의 기술로도 이런 게 모두 다 가능한 거였어?!' 엄청난 충격이었고, 그건 나뿐만이 아니라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느꼈던 것 같다. 발매 당시 예약이 하도 밀려서 "KT 33차"니 "SKT 41"차니 기다리며 사던 시절을 기억하는지. 세세하게 따지고 들어가면 삼성이 그 정도로 밖에 만들 수 없었던 윈도우 모바일 기반의 한계 등 여러 가지 이유야 있었겠지만 그래도 결국엔 투자하지 않고, 시도하지 않은 것도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빨리 내놔서 팔아먹기 바쁜 습성 때문에. 그래서 나쁜 거다. (그 습성은 현재까지도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얘기가 길어졌지만 암튼 그래서 나도 멀린펌을 올려서 저런 미려한 화면을 구경해 봤지만, 다시 정펌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멀린펌을 올리면 내가 쓰는 시놀로지 NAS의 UPNP 기능이 먹통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써야 할 수밖에. (최근은 어떤지 다시 찾아보니 여전히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인터페이스는 구리지만 어찌 됐든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잘 써오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 속도 말고도 새로운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다. 가끔 이놈이 지맘대로 리붓을 하기 시작한 것 ㅎㄷㄷ. 국내엔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내용을 찾을 수가 없었는데 해외 사이트를 검색해보니 자동 재부팅 증상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봐도 어느 글이고 해결 방법은 안 나오고 기기를 교체했다는 이야기뿐이다. 하아... #이 글에 작성된 내용이 그나마 나와 제일 비슷했다. 중간에 나오는 Initialized, firmware version... Internet disconnected... connected... 이런 로그가 나 역시 동일하게 나오고 있었다. 이분이 긴 글을 주고받으며 결국엔 어떻게 해결했냐고 하면...

    ...Problem not solved, but I'm going to live with it for now. I'm on the hunt for a new router - I have 75 days to return this one to Costco.
    Thanks for the help, but so far, no solution to the issue...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대로 가려고요. 새로운 라우터를 찾고 있습니다. 제겐 이놈을 코스트코에 반품할 75일이 남아있습니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없네요...

    그러니까 이 사람의 해결책은 코스트코. 암울하다. 윗글 내용 중에 시도해볼 만한 게 #하나 있었다. (비록 위 사용자도 해결되진 않았다지만) MTU 값을 바꿔보란다. MTU라니. 대학교 1학년 전산학 수업 때 TCP 방식에 대해 공부하다 나온 그 MTU 였다. 그때 가볍게 들은 MTU 때문에 지금 내 공유기가 재부팅되고 그러는 거였어? 암튼 이건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방법이라 한번 바꿔봤는데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겠다.

    참고로 위 링크는 도스용 명령어고 유닉스용 ping 명령어는 아래와 같다. (ping 파라미터는 왜 도스랑 유닉스랑 달라서 사람 공부하게 만들고... 다 미워!)

    ping google.com -L -N ipv4 -M dont -s 1400 -i 1 -c 4

    비싸게 산 놈이라 버리자니 속 쓰리고 MTU 값 조절로라도 해결이 된다면 기쁘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MTU 조절로 재부팅 현상이 해결된다면, 이거 확실히 펌웨어에 문제가 있다는 빼박 증거 아닌가?!

    아, 괜히 샀어. 신혼집이라고 좋은 거 사서 오래오래 잘 쓰자 했었는데 괜히 그랬어. 역시 신혼집엔 아이피타임이지. 암요~. 아, 글고보니 제목에 띄어쓰기가 어딘가 잘못된 거 같네. 아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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