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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2017. 3. 24. 12:12


    지난 금요일 밤, 술먹고 테이블에 놓인 마이쮸 하나 먹다가 왼쪽 아래 어금니에 붙어있던 금니가 쏙 빠졌다. 쉽게 빠질걸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생각 없이 덜컥 씹었다가 덥썩 붙어서 떨어져 나왔다. 마이쮸 원샷원킬~ ㅠㅜ


    그 이빨 때문에 병원을 찾은게 수십번은 될꺼다.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통증이 생기고, 통증이 생기면 이내 붓고, 부으면 담 날 병원가서 마취주사 맞고 고름 빼내고, 금니 떨어지면 병원가서 다시 붙이고. 4년전 창원에서도 한번 떨어져서 병원을 찾았었다. (링크)


    어찌되었건 이렇게라도 해결이 되니 계속 반복할 뿐이었다. 2년전부터 잠실 프로젝트를 하면서 이 이빨때문에 이 곳 근처 치과도 서너차례 방문 했었다. 한번은 통증때문이었고 나머지는 떨어진 금니 붙이러. 그런데 이곳 치과의사는 좀 달랐다. 착한 치과로 검색해서 간 곳인데 가는 곳마다 얘기하던 신경치료를 권유하지 않았다. 수술도 재수술이 더 어렵다면서 신경치료를 한 이빨에 다시 신경치료를 해도 이빨을 살릴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단다. 떨어지면 다시 오라는 말만 할 뿐 아무 권유없이 붙여주곤 했을 뿐이었다.


    월요일이 되자 늘 그랬던 것 처럼 치과가려고 가방에서 금니를 찾는데... 금니가 없다. 금요일에 금니 떨어지자마자 휴지에 싸서 가방에 넣어놨었는데, 근데 없다. 자크란 자크는 모두 열고 뒤져봐도 휴지뭉치가 없다. 나도모르게 무의식중에 휴진줄 알고 어디다 버린걸가? 도대체 모르겠다. 내 금니... 그래서 이번엔 금니 없이 병원을 찾았다. 어쩌겠나. 이대로 뚜껑 열린채로 살 순 없으니 얼마가 되든 새로 맞춰서 끼워넣는 수 밖에. 그렇게 찾아갔는데 의사가 조용히 임플란트를 권유했다. 생각해보니 죽은 이빨에 새로 금니를 맞춰 끼우는게 금액은 더 작아도 오히려 돈이 아까운 것 같았다. 나도 임플란트를 생각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는데 금액도 금액이지만 턱에 나사를 박는다는게 너무 무시무시해서 망설였던거다. 내가 망설이니까 잠시 상담사랑 상담을 받고 결정해보란다. 상담실에서 금액을 먼저 이야기 하더니 우리 병원 수술비가 다른 병원 수술비보다 조금 비싸지만 그만큼 차별화 되어 있고 잘 한다고. 수술은 대략 1시간 정도 걸리고 초반에 실밥 뽑기까지는 한 주, 그 후로 한 달 정도 간격으로 와서 검진 받으면 되고 인공치아 달기까지 대략 3개월 정도 걸린다고. 오늘 수술해서 이빨 뽑고 나사 심으면 내일 소독 한 번 받고, 그 다음 주에 실밥 뽑으러 오시면 된다고. 잉? 지금 바로 수술이 가능하다고? 나중에 검색해보고 안 사실인데 보통은 발치하고 나중에 나사를 심는데 여긴 발치와 동시에 나사를 심는 곳이었다.


    진행합시다! 고민하는데는 1분도 안걸렸다. 도저히 임플란트 밖에는 답이 없다는 걸 알고 있고, 오늘 안하면 또 고민할거고, 고민하는 그 시간만큼 난 임플란트의 두려움에 고통스러울꺼다. 금액이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그동안 보여준 치과의사의 신뢰 덕분에 아깝지 않았다. 결정하자마자 곧바로 치과의자에 누워 수년간 지긋지긋하게 고통을 유발하던 이빨을 그자리에서 뽑았다. 마취하고 뽑으니 하나도 아프지 않았고 마지막쯤엔 염증이 있는 신경 때문인지 약간 간질간질 거리는 느낌이 들어 오히려 시원한 기분마저 들었다. 몇년동안 내 몸을 쥐락펴락했던 이빨 하나가 빠져버렸으니 그럴만도 하지. 발치 후 긁어낸 염증덩어리를 보여주면서 이렇게나 염증이 심했었다고. 아, 개시원. 꺼져라, 염증덩어리들이여! 발치 후 자리를 옮겨 '수술실'이라고 적힌 방으로 이동했다. 수술실 치과의자는 방금 전에 발치한 치과의자랑 차이를 알 수 없었는데 괜히 '수술실'이라고 적힌 곳으로 이동하니 또다른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빨을 뽑은 자리의 턱뼈를 드릴로 깎아서 나사를 심는 수술이었다. 진동때문에 놀랄 순 있지만 아프진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신다. 말그대로 아프진 않았는데 입이 찢어질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느라 턱만 조금 아팠다. 초 긴장상태로 몇번의 드릴질 후 꼬매는 느낌이 조금 나더니 금새 수술이 끝났다. 드릴로 뼈를 깍는데 뼈 상태가 많이 안좋아서 뼈 이식이 많이 들어갔단다. 보통은 3개월정도 걸리는데 6개월 정도 걸릴 것 같다고. 3개월이건 6개월이건 수술이 끝나니 속 시원하더라. 이빨 하나 때문에 신경쓰이는 모든 것들이 영원히 사라졌다. 사무실에 돌아와 마취 풀리면 얼마나 아플지 조금 긴장했었는데 마취가 풀렸는데 이상하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이빨을 뿌리까지 뽑아내고, 염증이 퍼져있던 신경을 긁어내고, 턱뼈를 깎아 나사를 심고, 살을 꿰맸는데 어찌 하나도 안아플수가 있는지 새삼 21세기 최첨단 의술에 감탄했다. 암튼 그렇게 수술이 끝난지 삼일차다. 주변 사람들은 수술이 있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아무렇지 않은 수술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내 금니는 어디로 사라진걸까? 다 끝난 지금은 사라져준 금니에게 감사의 인사라도 전하고 싶지만 역시나... 고거 팔면 치킨 몇마리라도 나올텐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군. 그래도 꽤 오래 같이 지낸 사인데 이렇게 사라지니 좀 서운하기도 하고. 암튼 지긋지긋한 왼쪽 아래 어금니와 작별한 리얼한 임플란트 수술 후기 끝.



    지금에 난 0.1% 정도 인조인간인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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