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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지막으로 저기 보이는 거울 밑 유리선반을 달았다.
그 전에는 안방에 이케아 선반 다느라 벽에 구멍 여섯개를 뚫었고,
블라인드 다느라 두개를,
화장실 수납장 다느라 또 두개를,
저기 보이는 수건걸이 다느라 또 두개,
그 옆에 옷걸이 구멍에 또 하나...
이 집에 이사오고나서 구멍을 한 스무개는 뚫은 것 같다.
구멍 중독이다.
드릴로 구멍을 뚫으면 그 소리와 진동때문에 옆집에 폐끼칠까 가슴이 조마조마하면서도
한편으론 벽에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파온다.
오직 나만을 위한 구멍들이다.
내가 가고나면 저 구멍들이 있던 자리엔 드럽게 허연 실리콘들이 덕지덕지 발라져 있겠지.
여기저기 빨간 기리가 보이도록 엉성하게 허연 실리콘이 발라져 있거나
군데군데 덕지덕지 발라져있는 글루건 투명실리콘들을 보면서 이 집의 역사를 생각해본다.
언젠가 이곳에선...
누군가는 행복했겠지?
지금은 흉물스럽게 남았지만 저 구멍들 하나하나에 정성스러웠을테고.
그리곤 결국엔 떠나간거지.
집에 들어올 땐 나갈 생각을 않는 법이다.
뭐, 그땐 그때가서 생각하면 되니까.
남는건 남는거고 인생은 인생이다.
흉터 남는게 두려워서 몸사리는 삶은 살지 않을 것이다.
난 화끈하게 살꺼야.